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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김건희와 경찰견과 ‘애완견’ 언론 / 손원제

등록 2022-04-06 15:23수정 2022-04-08 18:32

경찰견은 특정한 활동 목적을 위해 훈련된 특수목적견의 하나다. 군견, 인명구조견, 장애인 보조견, 썰매견 등 다양한 특수목적견이 있다. 경찰견은 폭발물·마약 탐지, 범인 추적, 실종자 구조 등 경찰 업무를 돕는 역할을 한다.

특수목적견은 임무 수행에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기에 개를 관리하는 핸들러가 아닌 사람은 함부로 접촉하지 않는 게 기본 에티켓이다. 물론 임무 수행 중이 아니라면 핸들러의 허락을 받아 친밀감을 표현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부인 김건희씨가 당선자 가족 경호 임무를 수행 중인 경찰견을 껴안는 사진이 공개됐다. 대부분의 매체는 김씨의 소탈한 옷차림과 신발 가격, 입마개를 안 한 대형견을 서슴없이 끌어안는 대담함까지 찬양 일색의 기사를 쏟아냈다. 정작 임무 수행 중인 특수목적견에게 함부로 다가가선 안 된다는 상식이 지켜지지 않은 대목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물론 김씨가 핸들러 경찰의 양해를 구하지 않고서 마구잡이로 다가가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당선자 부인이 한번 안아봐도 되겠느냐고 할 때 ‘노’라고 말할 간 큰 경찰이 있을지 의문이다. 기본적 상식을 갖춘 사람이라면, ‘예스’가 나올 게 뻔한 부탁을 하는 대신 스스로 접촉을 자제하기 마련이다. 특히 권력자라면 더더구나 절제의 에티켓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이 사진이 공개된 경위는 의혹투성이다. <연합뉴스>는 지난 4일 새벽 5시에 이 사진을 ‘독자 제공’ 크레디트를 달아 공개하면서 김씨가 “이웃 주민들에게 목격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김씨의 포즈나 사진 구도, 근접 촬영자의 휴대폰 그림자가 사진에 담긴 점 등에 비춰 이웃 주민이 아니라 김씨 측근이 찍은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수수한 옷차림으로 경찰견을 스스럼없이 대하는 소탈한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연출해놓고 이웃 주민이 제공한 것처럼 ‘언론 플레이’를 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나아가 사진 속 김건희씨가 착용한 안경테, 슬리퍼, 후드티 등의 ‘완판 소식’까지 주요한 뉴스인 것처럼 수십건씩 언론 보도가 쏟아졌다. 경찰견 사진을 둘러싼 이런 매체들의 행태를 보며 언론 본연의 임무인 ‘감시견’의 책무를 저버리고 ‘애완견’을 자처하기에 이른 한국 언론의 씁쓸한 초상이라 한다면, 과한 비판일까.

손원제 논설위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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