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여성 인권이 꼭 ‘인이퀄’(Inequal·불평등)하지는 않다.”
20대 대선에서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이수정 경기대 교수가 지난 5일 여성가족부 폐지 관련 토론회에서 한 말이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산출하는 ‘성불평등 지수’(Gender Inequality Index)에서 한국의 성별 불평등도가 세계에서 11번째로 낮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 지수는 국민의힘을 비롯해 여가부 폐지 찬성론자들의 주된 논거로 활용된다. 반면 여가부 폐지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하는 ‘성격차 지수’(Gender Gap Index)에서 한국의 순위가 156개국 중 102위라는 점을 들어 ‘구조적 성차별’이 여전하다고 주장한다. 같은 나라의 성평등 수준을 두고 이처럼 상반된 평가가 나오는 이유는 뭘까? 지수의 측정 목적과 구성 지표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성평등 지수로는 대체로 세가지가 꼽힌다. 위에서 언급한 두 지수 외에 유엔개발계획이 산출하는 ‘성개발 지수’(Gender Development Index)가 있다. 먼저, ‘성격차 지수’는 ‘경제 참여와 기회’ ‘교육적 성취’ ‘건강과 생존’ ‘정치적 권한 부여’ 등 네 영역을 측정하는데, 여성의 지위와 권한의 ‘수준’이 아니라 ‘성별 격차’에 초점을 둔다. 여성의 지위가 다른 나라보다 높더라도 한 국가 안에서 성별 격차가 크다면 낮은 평가를 받는다. 흔히 ‘선진국 클럽’이라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 이 지수 순위가 50위권 밖으로 밀려난 나라가 한국을 비롯해 10곳이 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성불평등 지수’는 유엔개발계획이 중시하는 ‘인간개발’ 측면에서 여성의 손실에 초점을 둔다. 5개 지표 중 2개(모성 사망비, 청소년 출산율)가 여성에게만 해당되는 영역이어서 성별 격차를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 지수에서 한국의 순위가 높은 것은 모성 사망비와 청소년 출산율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특히 청소년 출산율은 전세계에서 가장 낮다. 유엔개발계획이 ‘인간개발지수’의 성별 격차를 측정해 발표하는 ‘성개발 지수’에서는 한국의 순위가 100위권 밖으로 밀려난다. 결국 ‘성불평등 지수’만을 근거로 한국이 성평등한 나라라고 하는 것은 ‘제 논에 물 대기’에 가깝다.
이종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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