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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해외여행 재개와 ‘여권의 힘’ / 강희철

등록 2022-04-12 17:57수정 2022-04-13 16:03

코로나 탓에 2년 넘게 꼭꼭 닫혔던 해외여행의 문이 곧 다시 열린다고 한다. 각국 정부가 ‘포스트 오미크론’ 체제로 전환하면서다. 항공사들은 5월부터 국제선을 증편하기로 했고, 패키지여행 상품 판매도 재개됐다. 코로나 직전인 2019년 1년 동안 해외를 다녀온 한국 관광객이 2870만 명 이상이었다고 하니, 그간의 여행 제한으로 힘들어했을 사람이 많을 것이다.

우리 국민 누구나 해외여행을 할 수 있게 된 건 30여년 전의 일이다. 해외여행이 자유화된 1989년 이전까지는 엄격한 제한이 따랐다. 나이는 물론 재산과 학력, 납세 이력까지 확인했다. 또 복수가 아닌 단수 여권만 발급했고, ‘해외 도피 우려’를 들어 일가족 여권은 내주지 않았다. 해외여행은 소수에게만 허용된 특권 혹은 특혜였던 셈이다.

해외에서도 해외여행은 오랫동안 일부 계층의 전유물과 같았다. 1660년께부터 영국 등에선 ‘그랜드 투어’가 붐을 이뤘다. 젊은이들이 이탈리아에 있는 그리스·로마 시대 유적과 명소를 두루 구경하고 프랑스 파리에 들러서는 선진 예법을 배웠다고 한다. 짧아도 몇달, 길면 몇년이 걸리는데다 마차에 바리바리 짐을 싣고서 가정교사, 하인까지 대동해야 하는 여정이라 웬만한 귀족이나 자산계급이 아니고선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랜드 투어의 시대는 철도에 밀려 막을 내렸다. 1851년 런던, 1855년 파리 엑스포를 계기로 영국의 사업가 토머스 쿡이 저렴한 가격에 열차를 이용한 ‘박람회 관람 패키지여행’ 상품을 잇달아 내놓으며 대박을 쳤다. 관광을 사업화한 쿡 덕분에 평범한 일반인도 해외 나들이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오늘날 해외여행의 일반화·대중화 역시 저비용 항공사(LCC)와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OTA)들을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해외여행의 필수품, ‘대한민국 여권’은 힘이 세다.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국가의 수로 여권 순위를 매기는 ‘헨리 여권 지수’(HPI)의 올 2분기 조사에서 한국은 190개국으로 독일과 나란히 세계 2위에 올랐다. 1위를 한 일본·싱가포르보다 딱 2개국이 적다. 이렇게 든든한 여권은 미리미리 챙겨 두고서 각자의 ‘그랜드 투어’를 설계해보는 것도 좋겠다.

강희철 논설위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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