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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여성가족부의 운명

등록 2022-04-13 18:16수정 2022-04-14 02:09

[숨&결] 강도희·최연진 | 대학원 석·박사 과정(국문학)

여성가족부 이슈가 뜨겁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김현숙 여가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으나, 미래가족부 신설 등을 검토하게 될 인구티에프(TF) 출범 계획이 진행되는 것으로 보아 여가부 폐지 논란은 계속될 것 같다. 여가부 폐지 공약으로 긁어모은 2030 남성 표심보다 더불어민주당으로 문 닫고 들어간 여성 표심이 더 많은데도 새 정부 기획자들은 여가부 폐지가 정권 초 지지 기반을 탄탄히 마련해주리라 여전히 믿는 듯하다.

사태를 보며 2010년대 중반부터 나타난 대학 내 총여학생회 폐지 운동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2013년 건국대를 시작으로 우후죽순 폐지된 수도권 소재 대학 총여학생회는 현재 한양대, 총신대, 감리교신학대, 한국항공대, 한신대 등에만 남았다. 총여를 폐지한 대학들은 중앙대의 경우처럼 총투표 없이 학생회 쪽에서 폐지하거나, 성균관대의 경우처럼 총여학생회장 후보가 나오자 그에 대한 일부 남학생들의 반발로 폐지 투표가 이뤄지면서 대학 민주주의의 퇴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물론 저 대학들 중에는 인력 부족으로 실제 총여 운영이 미흡했던 곳도 있었다. 여성주의와 함께 대학 안팎으로 강해진 반여성주의적 시각은 총여 활동에 섣불리 나서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이 됐을 것이다. 이는 여성이 정치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여가부 장관들은 그 출발부터 동성애자냐, 여자 전두환이냐 등과 같은 차별적 공세에 맞닥뜨렸으며(<한겨레> 4월9일치 ‘대한민국 ‘여성가족부’ 수난사’ 참고), 그렇기에 엔(n)번방 사건을 취재했던 추적단 불꽃의 기자 박지현이 민주당에 영입될 때 여성들은 그를 지지하는 것을 넘어 ‘지키자’고 했다.

총여 폐지 목소리의 가장 큰 이유는 대학 내 여학생이 더 이상 소수가 아니고, 성폭력 피해를 입었거나 여학생 휴게실을 쓸 정도로 생리통이 심한 특수한 개인을 위해 학생 전체의 회비를 써야 하느냐는 것이다. 여기에는 대학의 모든 공간과 사업은 학생 전체를 위한 일에 쓰여야 한다는 논리가 전제되어 있다. 이 보편에 집착할수록 남는 것은 시험기간에 1인당 1개씩 나눠 주는 간식과 같은 것이지, 공동체나 약자를 위한 사유는 사라지게 된다. 그리하여 저 특수성도 이제는 보편성으로 뒤집혀 너도나도 팍팍하게 공부하는, 휴게실이 필요한 약자라는 논리로 차별의 근간이 되는 차이를 가려버린다. 이런 폭력적 보편은 취업도 출근도 힘든 마당에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에 모두의 돈과 시간을 분배해야 하느냐는 말과도 일맥상통하는데, 그것이 혐오인 이유는 그런 발화가 이들의 정치적 영향력과 가시성을 더욱 낮추기 때문이다.

크게 성평등, 청소년, 가족, 인권보호로 나뉘는 여가부의 기능 중 가장 쉽게 공격받는 것은 단연 여성 일자리를 개선하는 성평등 정책이다. 여성들의 목소리가 높아졌으니 여성이 여전히 부학생회장이나 부대표로만 남성의 옆에 서는 것은 구조가 아니라 여성 개인의 문제이고, 임금 격차나 글로벌 성별 격차 지수에서 한국이 늘 최하위권을 기록하는 것은 통계의 잘못이라는 것이다. 구조적 불평등은 총체적 불평등, 그러니까 모든 여자는 불행하다고 하는 것과는 다르다. 세상에는 나보다 더 행복한 조건을 가진 여성들이 있다. 많다. 그러나 어떤 여성이 그 성별만으로 정규직이 못 되거나, 임금을 적게 받거나, 안전에 위협을 느낀다면 그것은 구조적 차별이다. 나의 몸이 보고 듣는 것만으로는 사회 구조를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우리는 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고립되지 않을 수 있다.

여학생만 투표해 63% 찬성으로 총여가 폐지됐다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여가부 폐지 근거로 내세운 경희대의 경우 특별 기구인 학생·소수자인권위가 신설됐다는 점에서 있는 차별을 부정하는 행보와는 조금 달라 보인다. 다음 정치로 나아가는 일은 기존의 틀 안에서 무엇을 취사선택할지 따져 이름만 바꾸는 게 아니다. 그것은 더 다양한 존재를 포함할 틀을 다시 사유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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