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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이준석을 위한 원포인트 레슨

등록 2022-04-18 15:52수정 2022-04-19 02:39

지난 13일 제이티비시(JTBC) ‘썰전 라이브’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오른쪽)가 토론을 벌이고 있다. <제이티비시> 화면 갈무리
지난 13일 제이티비시(JTBC) ‘썰전 라이브’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오른쪽)가 토론을 벌이고 있다. <제이티비시> 화면 갈무리

[숨&결] 강병철 |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이준석 대표님, 안녕하세요.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님과 나눈 토론 잘 봤습니다. 저는 장애 가족이라 장애 문제가 지상파 방송을 탄 것 자체가 감동이었습니다. 비중 있는 정치인이 당사자 단체 대표와 장시간 토론하는 모습도 신선했고요. 용기를 내주신 점 높이 평가합니다. 그래서 대표님을 좀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토론 중 하신 말씀이 대부분 장애인과 가족의 눈에는 물론, 보편적 차원에서도 무척 부적절했거든요. 제 말씀을 잘 듣고 실천하시면 2차 토론에서 많은 분께 감동을 주는 것은 물론, 위대한 정치인으로 발돋움하시리라 확신합니다.

첫째, 지세요. 대표님 말씀을 들으면 저희 아이들 ‘디베이트’ 교육을 시켰던 생각이 납니다. 미국 대학에서 가르치는 ‘말싸움에서 지지 않는 법’ 말입니다. 그런데 세상일이란 게 참 묘해서 이겨도 지는 경우가 있고, 져서 이길 수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정치예요. 정치란 누구나 살 만한 세상을 만드는 일인데, 세상은 그런 모습이었던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책임 있는 정치인은 누굴 만나든 고개를 숙여야 합니다. 모두발언에서 박 대표는 시민에게 ‘사과’했습니다. 이 대표는 절박함은 이해하지만 옳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처음부터 한쪽은 졌지만 이겼고, 한쪽은 이겼지만 졌습니다.

둘째, 가르지 말고 품으세요. 시민을 볼모로 잡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말은 시민과 장애인을 가릅니다. 전장연 말만 들을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전장연과 다른 단체를 가릅니다. 본심이 어떻든 그런 태도는 상대를 적으로 보고 고립시켜 무찌르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이 대표께서는 오세훈 시장과 박원순 시장을 구분 짓고, 기획재정부를 콕 집어 성토했습니다. 절박한 시민에게 그처럼 맥 빠지는 말도 없지요. 아무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뜻이니까요. 시민의 눈에는 그냥 정부와 서울시와 정치인들의 실패일 뿐입니다.

셋째, 듣고 배우세요. 사실 토론 중 많이 들으셨지요? 잘했습니다. 이동권이나 탈시설 문제도 이론과 현장을 두루 공부하셨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경청하고 공부하는 참뜻은 상대 입장에 서고 문제를 제대로 아는 데 있습니다. 상대의 말이 끝나자마자 행정적 의사결정 구조를 가르치려 하고, ‘안 하겠다고 한 것도 아닌데 지하철을 40분이나 묶어두냐’며 치고 나오고, 여기저기 다니며 봐서 나도 안다는 식으로 답하는 것은 말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태도일 뿐입니다. 박경석 대표는 20년 넘게 장애인 운동을 해온 당사자입니다. ‘당사자성’을 우습게 보면 안 됩니다. 무슨 우월감이나 논쟁 전략 정도로 보는 사람도 있는데 그렇지 않아요. 당사자성이란 세상을 다른 각도로 보는 방법입니다. “결국 속도의 문제인데 왜 못 기다리나?” “불법을 저질렀으니 비문명”이란 말 역시 가진 자의 당사자성입니다. 상대를 절망시키는 편협한 시각이고요. 세상은 낮은 곳에서 볼수록 더 넓게 보이는데, 장애인보다 낮은 사람은 없습니다. 큰 정치인이 되려면 이런 시각을 배워야 합니다.

넷째, 똑똑해 보이려 하지 마세요. 이 대표 똑똑한 거 세상이 다 압니다. 그런 사람은 거꾸로 바보짓을 해야 합니다. “악플, 제가 어떻게 해드릴 수 없잖아요?” 말인즉 옳습니다. 공감은 전혀 없지요. 20년을 외치는데 되는 것이 없다는 사람에게 그래도 나아지고 있다는 말이 위로일 수는 없습니다. 이동권 투쟁이 아니란 말에 그러면 제대로 알렸어야지란 답도 마찬가지입니다. 로자 파크스는 이동권 투쟁으로 유명하지만 사실은 인권운동을 했지요. 그녀를 단죄했던 법관이나 당시 대통령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지만 파크스의 이름은 영원히 남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4·19, 내일은 장애인의 날이네요. 역사는 똑똑한 자들이 망쳐놓은 세상을 어리석은 사람, 힘없는 사람, 이름 없는 사람들이 일으켜 세워온 기록입니다. 역사의 흐름을 읽는 훌륭한 정치인이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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