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희 | 초등돌봄전담사
언제쯤 나의 돌봄은 정상적인 시간과 임금을 보장받을 수 있을까? 언제쯤 이 어둠의 터널을 뚫고 나가 빛을 볼 수 있을까?
도저히 이렇게는 살 수 없다는 마음에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을 믿고 들고 일어났습니다. 2015년에 노동조합에 가입해 지역 대표직까지 맡았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어리둥절했지만 전남 대표님의 소신과 강직함을 믿고 따랐습니다. 돌봄선생님들이 함께 힘을 합쳐 목소리를 내보자고 하니 여러 선생님이 힘을 보태겠다고 나섰습니다.
투쟁과 파업이 아니면 도교육청은 말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무시하면서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이를 점점 벌려놓으려고만 했지요. ‘스스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절대로 이룰 수 없다’는 당연한 깨달음 앞에 모든 파업과 투쟁에 힘을 실어야겠다는 심지가 발동했습니다. 그 결과 우리의 ‘압박노동’ 시간이 정당한 근로시간으로 인정돼 체불임금을 받아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지역마다, 학교마다 2.8~4시간으로 들쭉날쭉한 돌봄시간 때문에 돌봄전담사 선생님들의 민원들도 가지각색이었고, 평등하지 못한 근로시간 때문에 선생님들의 하소연과 푸념은 늘어만 갔습니다. 그래서 2017년 전남지역 22개 군 초등돌봄교실 시간제 통일을 이루고자 지역 대표진들이 주말마다 모였고, 꼭두새벽부터 도교육청 앞에서 피켓을 180일 넘도록 들었습니다. 주중 번개팅 회의는 기본이고, 평일이고 주말이고 아랑곳하지 않고 목포, 순천, 광주, 장흥의 노동조합 사무실에 모여서 회의하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고난이지만 행복한 고난이었기에 힘든 줄 모르고 지내온 시간이었습니다.
그 결과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과 돌봄선생님들은 2018년 오후 돌봄 5시간, 저녁 돌봄 7시간으로 시간 통일을 이뤄냈습니다. 우리들의 아픔, 깡, 슬픔, 눈물, 분노가 일궈낸 결과였습니다. 전남돌봄이 이제는 시간 앞에서 서러움을 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저는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2020년 초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돌봄 현장엔 또다시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교육 현장은 비대면으로 바뀌었지만 돌봄교실은 대면으로 아이들을 맞아야 했습니다. 돌봄교실에서 급식까지 맡게 되면서 돌봄 일 자체도 크게 늘었습니다. 코로나19와 싸우느라 의료인과 담당 공무원들의 고생이 많았지만,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위기 앞에 서야 했던 우리도 불안감을 떨칠 수 없는 나날을 보내야 했습니다.
코로나 속에서도 우리 돌봄교실은 열려 있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비켜가는, 무적의 돌봄전담사 선생님들이 근무하는 곳이니까요. 지난해처럼 힘든 상황에서도 돌봄교실은 강적이었으니, 내년도 내후년도 앞으로도 쭉~ 두렵지 않습니다. 당당히 헤쳐나가 봐야죠. 돌봄교실은 아이들과 생활하는 공간인 만큼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곳이지만, 우린 아이들의 진짜 찐 엄마이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철저한 소독과 거리두기 등으로 돌봄은 위기에서 벗어나는 중입니다. 위드코로나를 맞이하는 사회 분위기도 긴장감이 풀리면서 느슨해졌습니다. 하지만 어여쁜 아이들의 꿈을 소중히 키워가도록 도와주며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여전히 너무 행복하답니다. 그런 아이들을 위한 공간에 비정규직이라는 타이틀은 정말 어울리지 않는 단어 아닌가요? 인간이 만들어놓은 신분 앞에 덫을 달아 차별하는 게 너무나 잔인합니다.
2023년 전남돌봄은 맞벌이 부부와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이 온전한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전일제(8시간)를 약속받았습니다. 전남 초등돌봄 선생님들과 학교비정규직노조가 함께하지 않았다면 결코 이뤄내지 못했을 일입니다.
우리 뒤에서 항상 지지해주시며 힘을 북돋워준 노동조합 관계자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낍니다. 궐기대회, 피켓 선전, 총파업 투쟁 등등 때마다 항상 솔선수범해 챙겨주신 따뜻한 분들이 계시기에 노동조합의 손을 잡고 믿고 따를 수 있었습니다. 노동조합이 없었다면 우리들의 목소리를 외치고 이뤄냈을까요? 턱도 없었을 겁니다. 두말하면 잔소리지요.
‘노력도 하지 않고 정규직의 문턱을 오른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우린 노력조차 하지 않는 멸구는 절대 아닙니다. 나름대로 준비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에게 차별과 배제, 비난의 말폭탄을 던지지는 말아주세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당연히 챙김을 받아야 하는 소중한 존재임을 부정할 수는 없으니까요.
학부모님들!! 우리는 자녀들이 안심하고 안정적인 돌봄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앞으로도 쭉~ 성실히 저의 일터를 소중한 시간들로 채워나가고 싶습니다. 이상 저의 넋두리인 10년 세월의 일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비정규직이 없는 세상이 올 때까지~ 투쟁!! 우리 자녀들은 비정규직의 길을 밟지 않도록 희망합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지난해 연 ‘11회 비정규 노동 수기 공모전’ 응모작입니다. 다음주에는 다른 수기가 실립니다. <한겨레>는 해마다 수상작 등 응모작 일부를 게재해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