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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국회의사당의 ‘로톤다’

등록 2022-05-10 18:12수정 2022-05-11 02:36

서울 여의도 서쪽을 보면 우뚝 솟은 반원형 돔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빛바랜 청동 특유의 시크한 색상 때문에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국회의사당 지붕이다. 10일 의사당 앞뜰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릴 때 이 돔도 수시로 카메라에 잡혔다.

돔 아래에는 로톤다(Rotonda)라는 넓고 높은 공간이 자리잡고 있다. 가끔 언론에서 ‘로텐더홀’이라고 잘못 쓰곤 하는데, 로톤다(영어는 Rotunda·로턴다)가 맞다. 라틴어로 ‘둥글다’라는 의미를 지닌 형용사 ‘Rotundus’에서 유래한 건축 용어이면서 보통명사로, 원형 지붕 아래 홀 또는 그런 지붕이 있는 건물 자체를 뜻한다. 여의도 국회의사당의 로톤다는 7층 높이에 “밑지름 64m”(국회 홈페이지) 규모의 거대한 돔을 이고 있으니 실제로 보면 압도됨 직하다.

로톤다는 세계적인 건축물들에 많다. 이탈리아 로마의 판테온, 거기서 영감을 받아 브루넬레스키가 창조한 피렌체의 두오모, 다시 그 영향을 받은 미켈란젤로의 성 베드로 성당, 건축 교과서에 단골로 등장하는 팔라디오의 빌라 로톤다, 런던 대화재 이후 크리스토퍼 렌이 새로 지어 올린 세인트 폴 성당, 프랑스 파리의 팡테옹, 미국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 그리고 워싱턴의 국회의사당 등이 모두 로톤다로 유명하다.

로톤다는 생김새 그대로 개방, 소통, 포용, 화합을 상징한다. 성당에선 신을 경배하고, 영면에 든 사도들을 모시는 경건한 공간이다. 워싱턴 국회의사당의 로톤다는 미국 민주주의의 아이콘이다. 미국 대통령은 그 앞뜰에서 취임 선서를 한다. 한국도 미국을 본떠 대통령 취임식 장소를 의사당 앞뜰로 정했다. 워싱턴의 로톤다는 2021년 ‘트럼프 폭도’들에게 점령당해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지만, 여야가 직접 물리적 충돌을 벌인 사례는 찾을 수 없다. 여의도의 로톤다는 자주 욕설과 멱살잡이, 주먹다짐이 난무하는 ‘육탄전’의 무대가 된다. 얼마 전 이른바 ‘검수완박’ 입법 때도 전 국민 앞에 생중계됐다.

아름다운 약속으로 가득 채워진 적도 있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의사당 로톤다에서 2017년 5월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읽은 취임사의 일부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던 그가 5년 임기를 마치고 낙향했다. 듣는 이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그 말들은 얼마나 현실이 됐을까.

강희철 논설위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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