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최고 애주가로 꼽힌다. 종종 농촌을 찾아 막걸리 잔을 기울였다. 카메라가 없는 밤 술자리에선 수입 위스키 또한 즐겨 마셨다. 궁정동 안가 서거 현장에도 ‘시바스 리갈’이 놓여 있었다.
쿠데타로 대통령에 오른 전두환씨도 술을 좋아했다. 2010년 광복절에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전씨와 김영삼 전 대통령을 청와대로 초대해 오찬을 했다. 전씨가 “와인 더 없느냐”며 술을 찾자, 김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 술 먹으러 왔나”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그러나 전씨는 2015년 11월 김 전 대통령 빈소를 찾은 자리에서 “술은 군대 생활 할 때 많이 먹었지만 맛을 잘 모른다, 그래서 술·담배를 안 한다”고 말했다.
주량이 맥주 두 잔 정도였던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89년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한국일보 사주들과 함께했던 술자리 풍경이 당시 <언론노보>에 실린 이래 지금껏 회자되고 있다. ㄱ 사주가 갑자기 무릎을 꿇고 “각하, 제 술 한잔 받으시죠” 하면서 동동주를 올렸다. ㄴ 사주가 “각하, 각하 하는 것은 옛날 호칭 아닙니까”라고 면박을 주면서 두 사주는 끝내 멱살잡이를 했다. ㄴ 사주는 위스키를 시켜 대통령에게 “자, 제 술도 한잔 받으시죠”라고 했지만, 대통령은 “위스키를 좋아하지 않는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뒤 주민들과 막걸리를 나누던 모습으로 기억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2년 5월 노 전 대통령 3주기 추도식 뒤 “소주 한잔 합니다. 탈상이어서 한잔. (…) 외로웠을 그를 생각하며 한잔”이라는 글을 에스엔에스(SNS)에 올린 일이 대통령 취임 뒤 재조명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애주가로 유명하다. 대선 때도 여러 일정에서 다양한 주종의 술잔을 비우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캠프에서 저녁 술자리를 대비해 오전 일정은 비교적 여유있게 짠다”는 보도가 나왔다. 윤 대통령은 취임 뒤 며칠간 지각 논란을 빚었다. 지난 10일 취임식 연회에선 샴페인 잔을 입에 댔다가 김건희 여사의 눈길에 급히 내려놓는 듯한 영상이 화제가 됐다.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17일 “대통령은 술자리도 절제해야 한다”며 “야당 지도부 만나서 협치를 할 때 술을 해야지 그냥 친한 사람 만나서 자꾸 술 먹어서야 되겠느냐”고 쓴소리를 했다. 공감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손원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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