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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모두를 위한 공연

등록 2022-06-15 19:28수정 2022-06-16 02:40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숨&결] 유지민 | 대안학교 거꾸로캠퍼스 학생(고1)

최근 국내 유명 아이돌그룹의 이달 말(25~26일) 고척스카이돔 단독 콘서트 개최 소식이 전해졌다. 그런데 이 공연 예매에서 장애인이 배제됐다는 소식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려졌다. 미리 안내된 좌석표에서 기존 휠체어석에 해당하는 구역은 회색으로 칠해져 있었고, 휠체어석 예매 안내 공지는 ‘일반좌석 예매 뒤 고객센터로 연락하라’는 짧은 문구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논란이 불거진 부분은 크게 두가지다. 별도로 이동장애인에게 휠체어석을 예매할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과 장애인과 동행하는 활동지원인도 티켓을 예매하라고 한 점이다. 고척스카이돔에는 관객석 1층과 2층 통로 사이 휠체어와 동반인이 함께 착석할 수 있는 별도 구역이 있다. 그러나 해당 아이돌그룹 소속사는 일반석 예매와 별도로 휠체어석 예매를 유선으로 진행하는 대다수 콘서트와 달리, 버젓이 존재하는 휠체어석 예매 기회를 장애인 관객에게 제공하지 않았다.

소속사는 기존에 진행하던 별도의 유선예매 방식이 치열한 티케팅을 뚫어야 하는 일반 관람객 예매와 비교해 불공정하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자. 지정된 몇십개 휠체어석을 제외한 수만개 좌석에서 공연을 관람할 수 없는 현실이야말로 장애인에게 차별적인 것 아닌가? 휠체어석을 제외한 좌석을 물리적으로 이용할 수 없는 사람들이 단 몇십석에 불과한 휠체어석을 별도로 예매하는 것이 공정하지 않다는 주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에 눈감고 공정을 논하는 것과 같다.

타인의 도움이 없으면 화장실을 가거나 밥을 먹는 등의 기본적인 활동에도 어려움을 느끼는 장애인에게 동반인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해당 소속사의 휠체어석 예매 지침을 보면, 동반인이 필요한 장애인 관객은 티켓 한장을 더 확보해야 한다. 공연 관람이 목적이 아닌 동반인이 10만원이 훌쩍 넘는 티켓을 예매하고, 만약 티케팅에 실패하면 장애인 혼자 관람해야 한다. 소속사는 휠체어석 관객에게 진행요원의 별도 현장안내 및 이동지원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자리 착석과 같은 간단한 도움이야 가능하겠지만, 어떤 장애인들은 화장실에 다녀오는 데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다. 내부 스태프가 이런 개인적인 부분까지 도울 수 있을까? 이 대목에서는 장애인 관객에 대한 이해가 없을뿐더러, 장애인의 공연 관람은 아예 배제하려는 의도까지 느껴진다.

이 아이돌그룹은 코로나 이전 2019년 공연까지 휠체어석 유선예매 방식을 진행했다. 이번 공연에서 휠체어석 예매 방침이 기존보다 불편하고 차별적으로 변했다는 얘기다. 논란이 불거진 뒤 소속사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비장애인 중에도 질병이나 사고로 인해 휠체어를 이용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으므로 휠체어석 예매에 차등을 두지 않았다”고 밝혔다. 장애인등록증이 없는 이들도 휠체어석을 이용할 수 있게 모두에게 같은 조건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일시적 장애인을 고려한 점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소속사는 휠체어석 티켓 현장수령 때 장애인등록증 또는 복지카드를 확인한다고 명시했다. ‘일시적 장애인'은 이용할 수 없다는 얘기다. 장애인 차별적일 뿐, 앞뒤가 안 맞는 방침을 내놓은 셈이다.

공연계의 장애인 접근성 문제는 이전부터 꾸준히 논란이 됐다. 휠체어 이용자인 나도 최근 5년 동안 다양한 공연장에 다니며 장애인 관객을 위한 공연계의 변화가 절실함을 느꼈다. 많은 개인과 단체들이 문제해결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것이 많다. 지난해 11월 김예지 의원(국민의힘)을 중심으로 공연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아이돌그룹 소속사의 휠체어석 운영 방침에서는 장애인 관객의 접근성에 관한 인식 부족을 넘어, 그들을 지우려는 듯한 태도를 느꼈다. 케이팝이 전세계로 뻗어 나가고 인기를 얻는 지금이야말로 공연계가 장애인 관객의 불편함을 단순히 인식하는 수준을 넘어 실질적인 변화에 나서야 하는 시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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