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정권 당시 방송에 ‘땡전뉴스’가 있었다면 요즘은 ‘일간 윤석열’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지털뉴스를 빠르게 전하는 디지털뉴스팀에서 일하는데, 아침마다 윤석열 대통령의 출근길 발언 뉴스로 하루를 시작하게 되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약식 회견) 발언 기사가 나오면 <한겨레> 누리집 톱기사를 뭘 할지 밤새 고민했던 데스크는 ‘쓸데없는 걱정을 했구나’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기자들은 ‘깜놀’ 할 워딩의 연속에 어디서 제목을 뽑아야 할지 고민하는 지복을 누린다.
7월5일 한겨레는 포털에 거는 ‘심층뉴스’ 주제로 ‘윤 대통령 출근길 어록’을 만들었다. 출근길 ‘땡윤’ 뉴스의 제목은 이렇다. 7월5일 ‘윤 대통령, 또 반성 없이 반문 “전 정권에 훌륭한 장관 봤냐?”’, 7월4일 ‘검증 실패 반복에도…윤 대통령 “전 정부와 비교불가” 자화자찬’, 6월24일 ‘윤 대통령은 또 몰랐다 한다…‘92시간 노동’에 “공식 입장 아냐”’, 6월23일 ‘윤 대통령 “경찰, 내 재가 없이 치안감 발표…중대 국기문란”’.
역시나 모으고 보니 핵심이 보이는데, 더한 악은 항상 전 정권에 있었고, 심한 혼란은 내가 몰라서 생긴 일이다라는 것이다. ‘우리가 최고’란 지난해 인기 티브이 프로그램 ‘스우파’(<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명언과 ‘나는 문제 없어’라는 옛 노랫말도 반복된다. ‘반성 없이 반문’이라고 단 제목처럼, 장관 인사 문제 등 기자들이 뭘 물으면 반성은커녕 자꾸 반문재인 아니 ‘어떻게 하란 말이냐’ 반문하는 모습을 보니 기사를 쓰는 손가락 끝에서 대부업 광고가 흘러나온다. “어쩌라고~ 어쩌라고~” 역시 세상은 짐작과 다르다. 걱정한 출근길 교통보다 출근길 말이 문제였다. 이제 취임 두달, 말들의 레이스는 시작일 뿐이다.
누구보다 ‘전 정권’에 기대는 이는 윤 대통령 자신이다. 오늘도 ‘일간 윤석열’을 만들다 보면, 마치 모든 것을 부모 탓으로 돌리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불안하고 흥미롭게 지켜보는 심정이 될 정도다. 윤 대통령은 “국민만 생각”하기에 지지율 하락은 “의미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처음이라” 그렇다고 치더라도 ‘방법을 알려달라’ 식의 반문까지 국민들이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대통령은 묻는 사람이 아니라 책임지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내일의 출근길에선 자신에게 시선이 향하는 말의 일취월장을 기대한다.
신윤동욱 디지털뉴스팀 기자
syu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