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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유엔 사무총장의 ‘횡재세’ 촉구 / 정남구

등록 2022-08-07 14:32수정 2022-08-08 02:41

“감나무 밑에 가서 입 벌리고 누웠다”라는 속담이 있다.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자기에게 이익이 돌아오기를 바라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뜻밖에 굴러들어온 재물을 ‘횡재’라고 한다. 횡재를 뜻하는 영어 ‘윈드폴’(windfall)도 ‘바람에 떨어진 과실’에서 유래했다.

노력 없이 거둔 횡재엔 세금을 많이 매긴다. 우리나라에선 로또복권 당첨금이 3억원을 넘으면 기타소득세 30%에 지방소득세 3%를 합해 33%를 세금으로 떼게 돼 있다.

기업의 횡재에도 세금을 매기는 일이 있다. 석유회사의 폭리를 계기로 제도화됐다. 미국에서는 1979년 5월 미국산 원유 가격에 대한 규제를 철폐한 뒤 석유회사 이익이 급증하자, 1980년 초과이윤세법을 만든 적이 있다. 가격 규제를 철폐하기 이전부터 석유를 생산해오던 민간 유전에 1990년까지 한시적으로 세율을 높였다. 영국에서는 1975년 석유기업에 법인세와 별도로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원유가격 급등기의 초과이윤 흡수 장치를 도입했다. 노르웨이도 영국을 따라 했다.

지난해부터 기름값이 급등해 소비자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는데, 이번에도 석유회사들은 횡재하고 있다. 이에 이탈리아와 영국 등 유럽 여러 나라에서 횡재세를 매기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월10일 로스앤젤레스에서 항만노조와 함께한 행사에서 석유 시추 허가를 받고도 증산에 나서지 않는 석유업체를 비판하면서 “엑손(모빌)은 지난해 하느님보다 돈을 더 벌어들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도 횡재세 도입을 추진 중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모든 나라 정부가 석유회사의 초과 이익에 세금을 매겨 그 재원을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돕는 데 사용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큰돈을 벌고 있는 우리나라 정유사에도 횡재세를 매기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유류세 감면에 쓰는 수조원의 일부라도 거둬야 한다는 것이다. 정유업체들은 ‘석유가격 하락기의 큰 폭 적자를 보전해준 적이 있느냐’며 반대한다. 그러나 횡재의 뒤끝이 꼭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로또복권 당첨자의 미래가 대개 그렇듯, 벌린 입안으로 감이 떨어져도 때론 재앙이 될 수 있음을 정유회사들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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