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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반복되는 정치위기, 대안은 없는가?

등록 2022-08-23 18:11수정 2022-08-24 02:39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대통령에게 듣는다’에서 그동안의 소회와 향후 정국 운영 방안 등을 밝히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대통령에게 듣는다’에서 그동안의 소회와 향후 정국 운영 방안 등을 밝히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세상읽기] 신진욱 |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윤석열 정부가 임기 초반부터 직면한 여러 정치적 위기와 국정 혼란에 관해 최근 다양한 진단과 개선안이 제시되고 있다. 새 정부가 그런 의견들을 잘 경청해 과거 정부들의 성과를 계승하고 한계를 극복할 길을 모색하였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그렇게 해서 이 정부가 성공해야 그와 경쟁하는 정당의 수준도 함께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그 같은 단기적 과제와 더불어 우리가 함께 고민해봤으면 하는 점은, 2000년대 이후 우리나라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적 불안정과 격동이 장기간 지속하는 문제다. 진보와 보수, 민주당과 보수정당 중 어느 편에 선 사람이든 간에, 각자의 위치에서 보았을 때 환희와 희망의 시간, 절망과 분노의 순간이 몇년마다 극적으로 뒤바뀌는 정치적 집단조울증을 겪고 있다.

2002년에 노무현 후보는 월드컵 붉은 악마와 노사모의 집합 열광 속에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정치권 내 입지는 물론 여론의 지지 역시 늘 불안정했고 임기 후반에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그런 상황에서 보수는 중앙과 지방의 행정·입법부를 모두 장악했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시민들의 커다란 저항을 초래했고 지지율 10%대라는 중대한 정치 위기를 겪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민주화 이후 역대 최고 득표율로 당선돼 ‘경제민주화와 복지’라는 포용적 비전을 내걸었지만, 임기 내내 국정원·군·경찰의 정치 도구화와 ‘비선 실세’ 의혹을 받다 결국 탄핵당했다. ‘촛불정부’를 자임한 문재인 정부는 높은 지지율을 누리며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임기 말 민심을 잃어 5년 만에 정권을 내어줬다. 그리고 지금 새 정부는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곤경에 처해 있다.

민주제 사회에서 정권교체는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한국에서 지난 20년간 반복된 이 현기증 나는 롤러코스터의 정치는 분명 극단적이다. 그러므로 지금 중요한 것은 윤석열 정부가 위기 극복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만이 아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고, 어느 당이 집권하든 ‘통치 불가능성’ 상황에 부닥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게 본질적 과제다. 이와 관련한 몇가지 생각해볼 반응이 있다.

첫째는 세대교체론이다. 기성 정치권 안에서 정권을 바꾸는 것이 답이 아니라는 인식 아래 미지의 존재에 기대를 거는 정치적 낭만주의다. 정치 현실에 대한 불만과 다른 정치에의 욕망이 세대교체라는 형태로 관념화된 맥락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대중이 구세대 권력을 대체해주길 고대하는 차세대 집단과 리더가 존재해야, 세대교체론은 비로소 실체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둘째는 다당체제론이다. 물론 한국 정치체제는 이미 다당제지만, 양당 지배가 강해서 다당 경쟁을 촉진하는 제도로 개혁하자는 얘기다. 양당이 정권을 주고받는 도돌이표 정치가 문제가 많기 때문에, 건설적 경쟁이 필요하다는 당위는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 군소정당의 열세가 제도 때문인지는 불분명하며, 양당보다 더 나은 제3당이 크기 위한 조건이 무엇일지 고민이 된다.

셋째는 내각제 개헌론이다. 대통령 한명 때문에 정치가 좌우되는 등 대통령제의 폐해가 심한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정치엘리트와 정치문화의 기본이 안 돼 있으면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제의 단점이 발현됐듯, 내각제를 도입하면 내각제의 단점이 발현될 수 있다. 정치 선진국 다수는 내각제지만, 내각제가 정치 선진국을 만들어주진 않는다. 동유럽이 그 예다.

이상의 여러 구상은 그 문제의식에는 공감되지만, 아직 당위적이고 기대에 머물러 있는 면이 있다. 어떤 대안이든 그것이 현실에 발 딛고 있으려면, 오늘날 한국 정치의 큰 문제로 토론되고 있는 바로 그 지점에서 설득력 있는 개선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즉 그 대안이 현재 한국 정치의 문제를 해결하는 효과를 낳을 것이냐는 실용주의적 질문이 판단의 시금석이다. 예를 들어 유권자들의 정치 양극화, 정치의 인물화와 포퓰리즘 정치, 정치인과 정치 팬덤의 수직 동맹, 전문성 있고 훈련된 직업 정치인 부족, 온라인 혐오정치와 가짜뉴스 같은 것들이 지금 우리 정치의 우려스러운 현실이거나, 그런 현실의 원인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우리가 무엇을 해야 반복되는 정치 위기에 뭔가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날 것인가? 문제의 핵심 속에 대안의 핵심도 담겨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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