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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윤석열 대통령이 트럼프를 닮기 바란다 / 권태호

등록 2022-08-24 18:34수정 2022-08-25 02:19

[권태호의 저널리즘책무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취임 100일을 맞아 연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취임 100일을 맞아 연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 대해 내용을 떠나 형식적 측면을 독자들과 함께 생각해 봤으면 한다.

먼저 이번 회견에서 가장 이상했던 건 50분 회견 중 20분을 ‘100일 동안의 성과’ 자료 읽는 데 할애한 장면이었다. ’홍보가 안돼 국민들이 모른다’는 대통령의 안타까움이 엿보였다. 애초 ’40분’ 기자회견에서 문답 시간을 최대한 줄이려 애쓰는 것처럼 보였다. 국정성과는 보도자료로 대체하고, 1시간 이내 기자회견에서 이런 ’킬링 타임’은 자제했으면 한다.

두번째, 대변인의 질문 기자 선택 문제.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때는 질문자와 순서가 미리 정해졌다. 문재인 대통령 때 무작위 지명으로 바뀌었고, 이번엔 이를 대변인 지명으로 변주했다. 대변인은 기자들의 소속 매체와 성향을 잘 알기에 대통령이 기자를 지명하는 것에 비해 예기치 않은 돌발 사태 방지에 유리하다. 기자 스스로 ’껄끄러운 질문’이라며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질문을 하자, 이후 강인선 대변인은 “이번에는 다른 쪽으로 가볼까요”라면서 이후 질문자로 <부산일보>, <요미우리신문>을 택해 ’부산 엑스포 유치’, ’한일관계’ 등으로 이슈를 돌릴 수 있었다. 이날 자리 배치는 신문통신(전국지), 지역신문사, 방송, 외신 등으로 구획별로 나뉘어져 있었다. 앞으로도 기자회견 문답시간이 20분 정도면, 얼마든지 템포 조절이 가능하다.

세번째, 열두 번 질문 기회 중 세 번을 외신에게 배정했다. 현재 대통령실 기자단 등록 중앙언론사가 49개사다. 비풀(pool)단 소속사까지 포함한 출입 국내언론사가 128개사다. 백악관 기자단 소속 언론사도 49개사다.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외신이 질문 기회를 얻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백악관 기자회견이 대개 국내 이슈에 집중돼 있기도 하지만, 많지 않은 질문권을 이번처럼 25%나 외신에게 배정할 경우 기자단의 강력한 항의가 잇따를 것이다. 대신 국무부 기자회견장은 온통 외신기자들 차지다. 외국언론의 질문은 대체로 외교안보나 해당 국가 사안에 집중된다. 외신에 질문권을 주면 자연스럽게 민감한 국내 이슈를 피할 수 있고, 글로벌한 느낌도 준다. 이날 12개 질문 중 4개가 외교안보로, 가장 많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취임 100일을 맞아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취임 100일을 맞아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어떻게 조정해야 하나? 우선 문답 시간을 최소 1시간 이상 허용해야 한다. 지난 100일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이 궁금해할만한 민감한 질문은 사실상 2개에 그쳤다. ‘시간관계상’ 50분 (문답 30분) 밖에 못했는데, 이날 대통령 공개일정은 기자회견 외엔 없었다.

두번째, 질문자 숫자를 줄이더라도, 후속 질문(follow-up question)을 허용해야 한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의 갈등’ 문제에 대해 윤 대통령은 “민생안정에 매진하다보니 다른 정치인들이 어떤 발언했는지 챙길 겨를이 없다. 정치인의 정치적 발언에 대해 논평이나 입장을 표시한 적 없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비록 공개 입장 표명은 아니었지만,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이 전 대표를 일컬어 ’내부 총질 대표’라는 입장을 내비쳤는데, 어떤 점을 ’내부 총질’이라고 보는건가’라는 등의 후속 질문을 물어볼 수 있다. 그런데 이날 다음 질문은 다른 기자의 ’2030 부산 엑스포 유치 계획’이었다. 질문 기회를 공평하게 나눠 갖는 게 기자회견의 목적이 아니다.

세번째, 기자회견 횟수를 늘려야 한다. 이전 대통령들도 기자회견다운 기자회견은 매년 신년 회견 정도였고, 그나마도 피했던 게 사실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00일 기자회견 대신 기자간담회로 대체하기도 했다. 기자회견에 대해서는 중간중간 공식·비공식 회견을 자주 한 김대중-노무현을 정점으로 이후 퇴보했다. 이명박-박근혜-문재인 대통령 시기에 기자회견은 연중 행사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피한다고 미 언론의 질타를 받았다. 바이든의 첫해 기자회견 횟수는 9번이다. 같은 기간, 도널드 트럼프의 22회, 버락 오바마의 27회에 비해 적다는 것이다. 바이든은 기자회견을 피하는 대신, 즉석 문답(도어스테핑)을 선호한다. 후속 질문을 안 받아도 되고, 곤란한 질문엔 말없이 지나가면 되기 때문이다. 바이든의 첫해 즉석 문답은 216회였다. 이에 대해 백악관 출입기자단 대표인 스티븐 포트노이 <시비에스>(CBS) 기자는 “공적 관심사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을 알기에는 매우 불충분하다. (즉석문답이 아닌) 공식 기자회견이 많을수록, 대중들이 대통령의 시각을 제대로 알 수 있다”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지난 1월10일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첫해 9번의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는 최근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적은 횟수다. 취임 첫해 도널드 트럼프는 22회, 버락 오바마는 27회, 조지 부시는 19회, 빌 클린턴은 38회의 기자회견을 연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첫해 언론인터뷰도 22회로 가장 적었다. 트럼프는 92회, 오바마는 156회, 부시는 49회, 클린턴은 54회였다. AP통신 캡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첫해 9번의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는 최근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적은 횟수다. 취임 첫해 도널드 트럼프는 22회, 버락 오바마는 27회, 조지 부시는 19회, 빌 클린턴은 38회의 기자회견을 연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첫해 언론인터뷰도 22회로 가장 적었다. 트럼프는 92회, 오바마는 156회, 부시는 49회, 클린턴은 54회였다. AP통신 캡쳐

마지막으로, 언론 인터뷰를 해야한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때까지는 개별 언론사 인터뷰가 잦았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 때부터 언론사 과당경쟁을 핑계로 외국언론 인터뷰만 할 뿐, 국내언론 인터뷰는 피하고 있다. 이 흐름은 박근혜-문재인 대통령 때도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이 <한국방송>(KBS), <제이티비시>(JTBC) 등과 했을 뿐이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많은 인터뷰를 했지만 <한겨레>와 인터뷰하지 않았다. 대통령 재직기간 동안 보수매체에만 인터뷰 하더라도 국내언론 인터뷰를 재개하기 바란다. 자기나라 대통령 인터뷰를 경쟁사도 아닌, 남의 나라 신문 외국어로 읽는 건 슬픈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트럼프를 닮았으면 한다. 트럼프는 재임기간 월 평균 2회의 기자회견을 했다. 짐 아코스타 기자(CNN)와 회견장에서 말싸움 난장판을 벌였지만, 불편한 질문할 줄 뻔히 알면서 그를 질문자로 지명했다. 자기 입맛에 맞는 <폭스뉴스> 정치 토크쇼에 자주 나갔지만, 트럼프를 매섭게 공격하는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와도 인터뷰를 했다.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2018년 11월7일(현지시각)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lt;CNN&gt;의 짐 아코스타 기자와 날 선 공방을 벌이다, 백악관 직원이 기자의 마이크를 뺏으려 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2018년 11월7일(현지시각)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CNN>의 짐 아코스타 기자와 날 선 공방을 벌이다, 백악관 직원이 기자의 마이크를 뺏으려 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저널리즘책무실장·논설위원 ho@hani.co.kr

권태호 저널리즘책무실장 겸 논설위원
권태호 저널리즘책무실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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