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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보수정당 지지 ‘Yuji’하는 하층민이 궁금하다고?

등록 2022-08-29 18:17수정 2022-08-30 02:38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지난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5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뒤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지난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5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뒤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숨&결] 이주희 |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선출된 이재명 의원이 당대표 출마 선언 뒤 “저학력, 저소득층의 국민의힘 지지가 많은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부인했고, 한 의원은 자당 지지자들에게 상처와 모욕을 줬다고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야당 내에서도 갈라치기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그런데 정당이 저학력, 저소득층의 지지를 받는다는 것에 이토록 예민한 것은 하층에 대한 뿌리 깊은 무시와 차별적 태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더 어려운 형편의 사람들이 보수정권을 지지한다는 것은 학계에서도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사실이며,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현상도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평균 27%가 나온 가장 최근의 8월 말 갤럽 조사(유선 응답 10% 포함)에서 주관적 생활수준 상/중상층과 중하층은 모두 23%의 지지율을 보였고(부정평가는 69%인 중하층보다 상/중상층이 71%로 더 높았다), 중층은 27%였으며, 하층의 지지율이 가장 높은 36%였다. 유보 응답으로 인해 직접적인 정당 지지율만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상/중상층과 중하층은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더 높았고, 중층과 하층은 양당 지지율이 비슷했다. 중층과 중하층의 상반된 응답이 흥미로웠는데, ‘중산층’이 중상층을, ‘서민’이 중하층을 떠오르게 하는 현실에서 인구비중이 가장 큰 중층이 상대적으로 소외된 결과 아닌지 추측해볼 수 있다. 고령층 등의 인식 차이로 인한 허위상관관계라는 의견도 있지만, 연령변수는 계급효과를 약화할 수는 있어도 완전히 사라지게 하지는 못한다.

법인세와 종합부동산세 인하, 민영화 등 우리 사회 최상층의 이익을 지키는 데 몰두하는 국민의힘을 하층이 상대적으로 더 지지하는 현상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이 사회경제적 약자의 이익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있다. 이 당도 저 당도 별 도움이 안 된다면 실제로 그렇건 아니건 조금이라도 절박한 생존과 관련된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정당에 기울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 느낌이란 게 ‘기울어진 언론’을 통해 형성된 것이라고 반박할 수 있겠으나, 어찌 됐건 이런 분석도 하층의 표를 얻기 위해 그들에게 호소력 있는 정책을 더 펼쳐야 한다는 논리로만 귀결된다는 점에는 주의해야 한다.

미국 작가 토니 모리슨의 첫 소설 <가장 푸른 눈>의 흑인 소녀 피콜라는 자신의 불행을 외모에서 찾으며, 늘 주목받고 환영받는 ‘아름다운’ 백인 소녀의 파란 눈을 동경하고 갈구한다. 그녀의 아버지는 백인 남성에게 당한 굴욕을 흑인 여성에게 돌려주는데, 딸을 성폭행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발생한 일이다. 종종 그렇듯이, 극단적인 자기혐오는 여기서도 죽음으로 이어진다.

피콜라가 마주한 가혹한 지배문화의 차별은 현재에도 보편성을 가진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너무나 취약한 위치에 있게 되면 지배적인 사고로부터 구조적으로 자유로울 수 없다. 역사적으로 지배계층이 하층을 만들어내고 이용하는 이유는 중간층의 더 잘사는 집단에 대한 질시와 분노를 누그러뜨리고, 하층과 서로 다른 소수자집단끼리의 분열과 갈등을 이용해 지배를 더욱 손쉽게 ‘Yuji’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 세대, 이제는 성별까지 동원된 유구한 갈라치기의 역사로 인해 우리 사회에서는 서구와 같은 계급정당의 성장이 어려웠다. 그런 의미에서, 야당 대표가 계층을 언급한 것을 환영한다. 단, 하층과 관련된 정당의 전략은 그들로부터 표를 더 얻는 것이 아니라, 경쟁 보수정당에 표를 더 주는 그 계층 자체를 없애 중간층에 포괄하는 것이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 기본소득이든 또다른 혁신적인 분배정책을 통해서든, 빈곤을 없애기 위해, 불평등과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해, 불운과 기회의 부족으로 어렵게 된 사람을 무시하고 모욕하는 저열한 사회적 토양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줄 정당이 너무나 절실하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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