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고스톱, 이준석 고스톱이 있다면 룰이 어떨까? 김재욱 화백
전두환이 이끄는 신군부가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1980년대 고스톱이 유행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도박을 단속하라’고 수차례 지시한 것에서 유행의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고스톱을 치다 걸리면 심심풀이라고 주장하는 일이 많았다. 급기야 대법원이 1985년 도박과 오락을 구분하는 기준을 정리해 내놓을 정도였다. 정치에 관심 많은 한국인들은 고스톱에도 철학을 담아 ‘전두환 고스톱’이라는 재치있는 룰을 만들었다.
일반적인 고스톱에서는 싹쓸이를 하면 함께 게임하는 사람들에게 피를 한장씩 받는데, 전두환 고스톱에선 다른 사람이 따놓은 것 중 아무거나 한장씩 가져올 수 있다. 사람들은 정치인들의 이름을 붙인 다양한 고스톱 룰을 계속 만들어냈다. 싹쓸이하면 오히려 자기가 따놓은 피를 한장 내주는 ‘최규하 고스톱’이 그 예인데, 일종의 정치풍자였을 뿐 실제 고스톱 룰로는 그다지 쓰이지 않았다.
고스톱 유행은 이제 사그라들었지만, 오랜 전통을 한번 살려보자. 윤석열 대통령의 이름을 딴 고스톱 룰을 만들면 어떤 내용이 될까? 윤 대통령은 선거에서 이겨 대통령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전 정권과 싸우는 중이다. 그런 특성을 살려 ‘앞사람이 내놓은 패를 바로 먹으면 피를 한장씩 받는다. 앞사람이 싸놓은 패를 따면 두장씩 받는다’가 적절할 것 같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자기 이름의 고스톱 룰을 가질 만하다. 그는 누군가를 비난하고 공격하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아주 능숙하다. 싸움을 한번 시작하면 집요하게 매달려 끝장을 보는 스타일이다. 이를 반영해서 ‘싹쓸이를 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피를 받는 대신 손에 있는 패를 한장씩 바닥에 내놓게 하고 자기 패가 다 떨어질 때까지 혼자서 친다’는 룰이 어떨까 싶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벌써 100일 넘게 지났는데, 대통령은 전임자의 그림자와 싸우고 당면 국가 과제 해결에는 전혀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을 둘러싼 ‘윤핵관’과 대선과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 당대표 사이의 주도권 싸움은 갈수록 진흙탕 속을 뒹구는 모양새다. 그런 가운데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바닥으로 떨어져 있다. 그런 국면의 윤석열 고스톱이나 이준석 고스톱은 ‘오락’이라기보다는 ‘전투’라고 해야 맞겠다.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