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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일등 공신’ 자처한 ‘윤핵관’ 권성동 [유레카]

등록 2022-08-31 18:29수정 2022-09-02 10:44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대선 ‘일등 공신’ 발언. 김재욱 화백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대선 ‘일등 공신’ 발언. 김재욱 화백

‘일등 공신’이라는 표현을 최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입에 올려 화제가 됐다. 여기서 공신은 ‘공부의 신’의 줄임말이 아니라 ‘나라를 위해 특별한 공을 세운 신하’를 일컫는다.

공신은 전제정 또는 왕국의 언어여서 민주정이나 공화국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요즘은 큰 공헌을 한 사람이란 비유로만 쓰일 뿐이다. 권 원내대표도 비슷한 의미로 사용했다. “제가 자리에 연연했다면 대선 일등 공신으로서 인수위나 내각 참여를 요구할 수 있었지만 일찍이 포기한 바 있다.” 대통령 선거 당시 자신의 기여와 희생이 컸는데도 겸양의 미덕을 발휘했다는 주장인데, 집권여당 의원들을 지휘하는 원내대표에 당 비상대책위원장 직무대행까지 겸한 그가 실은 더 막강한 권력자라고 할 수 있다.

대선 승리는, 굳이 빗대자면 왕조의 창업, 즉 개국에 가깝다. 이성계를 도와 조선을 세운 사람들은 대거 ‘개국공신’에 봉해졌다. 개국공신은 다시 가장 공이 큰 좌명개국공신으로 시작해 협찬개국공신, 익대개국공신 순으로 차등을 두었다. 좌명개국공신이 일등 공신인 셈인데, 정도전·조준 등 사극으로 낯익은 이름들이 그 반열에 들었다.

그러나 이성계의 아들 이방원(훗날 태종)에게 죽임을 당한 정도전처럼 개국공신 중엔 장려한 ‘꽃길’ 대신 비극적 최후를 맞은 이가 의외로 많다. 아주 멀리 중국 한나라의 창업자인 고조 유방도 자식들에게 해가 될 것을 염려해 개국공신들을 소탕했다. 이를 비유한 고사성어가 유명한 ‘토사구팽’이다. 전설적인 맹장 한신이 했다는 말로, 토끼 사냥(건국)이 끝나면 사냥개(공신)를 삶아 먹는다, 즉 아무리 공이 커도 쓰임새가 다한 뒤엔 버려질 운명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거의 모든 정부에서 대선이 끝난 뒤에도 높고 큰 권력을 탐한 ‘일등 공신’들은 대부분 감옥행을 면치 못했다.

권력의 세계는 비정하기에, 진퇴가 생사를 가르기도 한다. 한신은 유방이 하사한 제후국(초나라)을 덜컥 받았다가 나중에 주살당하고 말지만, 굳이 주겠다는 나라를 끝내 고사하고 병을 핑계 삼아 초야로 물러난 ‘유후’ 장량은 최고의 개국공신임에도 천수를 누렸다. 한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후난성 장자제(장가계)는 ‘장씨 가문의 마을’이란 뜻으로, 장량이 은둔의 노후를 보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권 원내대표는 일등 공신만 알고, 장량의 지혜는 미처 몰랐던 듯하다.

강희철 논설위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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