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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공무원 수 동결이 가져올 미래

등록 2022-09-18 18:55수정 2022-09-19 02:38

서울 중구 만리동1가 만리동공원에서 한 노숙인이 그늘을 찾아 짐수레를 끌며 이동하고 있다. 복지제도가 포용하지 못한 ‘빈곤한 비수급자’들은 스스로 고립을 택하기도 한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서울 중구 만리동1가 만리동공원에서 한 노숙인이 그늘을 찾아 짐수레를 끌며 이동하고 있다. 복지제도가 포용하지 못한 ‘빈곤한 비수급자’들은 스스로 고립을 택하기도 한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한겨레 프리즘] 김경락 | 전국팀장

여전히 갈 길은 멀지만 우리나라의 복지제도가 꾸준히 발전해온 건 사실이다. 경제와 사회가 고도화하면서 나타난 취약층의 양적·질적 변화에 따라 사회안전망이 좀 더 촘촘해지고 다양해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유사하거나 중복에 가까운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거나 복지수요자에게 서비스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줄이고 비효율을 극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잖게 나온다. 최근 몇년 새 기본·안심소득 제안이 나온 배경도 이와 관련이 있다.

제도의 고도화는 정보 비대칭이란 새로운 문제를 낳는다. 본인에게 맞는 제도가 있음에도 이를 몰라 방치되는 취약계층이 적잖다. 특히 이들은 상대적으로 학력 수준이 낮거나 나이가 많거나 어린 이들이 많은 터라, 정보 비대칭 문제는 다른 제도에 견줘 복지영역에서 더 도드라진다. 이들의 사회·문화적 고립은 이런 문제를 더 키운다. 생활고 탓에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시시때때로 언론에 등장하고 그때마다 복지의 ‘구멍’을 메워야 한다는 지적이 일지만 종종 이미 관련 제도가 있다는 점도 뒤늦게 드러난다. 최근 ‘수원 세 모녀 사건’을 계기로 ‘찾아가는 복지제도’의 필요성 혹은 ‘신청주의의 한계’가 다시 부각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다.

최근 3년 동안 장애·요양·생계·의료급여 신청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다. 모두 대표적인 복지서비스들로 익숙한 제도이지만, 각각 서비스들의 자격요건과, 어떤 기관에 신청하고 어떤 혜택을 얻는지 등 세부사항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쉽지 않았다. 불충분한 설명은 물론 잘못된 정보가 수두룩한 인터넷 게시글들은 정답 찾기를 더욱 어렵게 했다. 책상물림에게 실전은 차원이 달랐던 셈이다. 결국 동네 주민센터에 가서야 궁금증은 풀렸고 적절한 서비스도 소개받을 수 있었다. (일부 서비스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소관임을, 휠체어와 환자용 침대 등 값비싼 의료보조기기도 저렴하게 대여하거나 구매 보조를 받을 수 있는 줄 몰라 생돈 100여만원을 썼다는 걸 알게 된 건 덤이다.)

친절한 개인교사 같은 주민센터 사회복지 담당자는 분주해 보였다. 상담받는 동안에도 여기저기서 걸려오는 민원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상대에 따라 맞춤하게 쉬운 표현을 쓰며 끈기 있게 설명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상대가 귀가 어두운 어르신인지 비교적 크고 느린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을 하기도 했고, 같은 말을 여러차례 반복하기도 했다. 그래도 상대가 이해를 잘 못하는지 ‘혹시 주변에 젊은 분 없으시냐, 함께 센터에 오시면 잘 설명드리겠다’라는 말도 들려왔다. ‘말단 공무원’이라며 낮춰 보기에는 그의 상담 노하우와 인내심은 빛났다. 행정은 주민센터에서 완성된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최근 10여년간 사회복지 직렬 공무원은 빠르게 불어났다. 구체적으로 사회복지 직렬 국가·지방 공무원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9.2%씩, 10년 새 두배 남짓 증가했다. 고령화 현상이 뚜렷한 터라 그만큼 불어나는 복지수요를 따라가려는 국가 차원 자원배분 전략의 결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공무원 정원 동결을 내세우며 지난 10년의 흐름을 끊으려 한다. 아마도 ‘작은 정부’와 ‘건전재정’을 지향하려는 보수정부의 이념적 사고에 따른, 그래서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판단이지 싶다.

문제는 늘어나는 복지수요다. 우선 고령(65살 이상) 인구부터 빠르게 불어나는 중이다. 약 900만명인 고령 인구는 10년 뒤엔 1400만명에 이를 것으로 통계청은 추계한다. 빅데이터나 인공지능(AI)과 같은 기술로 복지서비스를 효율화하면 된다는 말에 안심하기에는 변화 속도가 빠르다. 더구나 주민센터의 그처럼 끈기 있고 인내심 있는 설명과 안내가 중요한 복지행정의 끝단은 그 특성상 햄버거와 콜라를 종류별로 주문할 수 있는 키오스크와 같은 기계가 온전히 대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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