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당역 여자화장실 들머리 벽면은 사건 며칠 만에 추모 메모지로 가득 채워졌습니다. 이곳이 사건 현장인지 몰랐던 사람들도 가던 걸음을 멈추고 잠시 희생자를 위한 기도를 했습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신사는 물 한병을 내려놓고 두 손을 모았고, 중년의 여성은 쌓아놓은 국화꽃들을 어루만지며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일곱살쯤으로 보이는 아들을 데리고 온 한 여성은 오랜 시간 머물며 벽면 가득 채운 사람들의 마음을 자식에게 전했습니다.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6년이 지났지만 이 사회는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희생자를 추모하며 지금보다는 조금 더 안전한 사회를 희망해봅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