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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카톡 마비와 ‘포노 사피엔스’의 혼란 / 유선희

등록 2022-10-17 16:39수정 2022-10-18 02:37

김재욱 화백
김재욱 화백

휴대전화를 뜻하는 ‘포노’(Phono)와 생각·지성을 뜻하는 ‘사피엔스’(Sapiens)의 합성어인 ‘포노 사피엔스’는 우리가 흔히 쓰는 ‘생각하는 인류’라는 뜻의 ‘호모 사피엔스’를 차용한 말로, ‘스마트폰을 24시간 손에서 놓지 않는 신인류’를 뜻한다. 2015년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서 처음 사용한 이 말은 호모 파베르(도구를 사용하는 인간)나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처럼 21세기엔 인류가 스스로를 ‘스마트폰 하는 인간’으로 규정지었음을 뜻한다.

한번 떠올려보자. 스마트폰 알람에 맞춰 일어나 출근을 하며, 지하철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그날의 뉴스를 검색한다. 은행에 가지 않고도 스마트폰으로 계좌이체를 하며, 대형마트나 식당에 들르지 않고 식료품과 배달음식을 주문하고,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시·공간의 제약 없이 종일 멀리 떨어진 사람과 소통한다. 전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글로벌 기업인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은 물론 삼성까지 오직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위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한편에선 스마트폰을 손에서 떼어놓으면 불안감과 공포감을 느끼는 ‘노모포비아’(Nomophobia)를 걱정하기도 하고, 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나 심신을 치유하자는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 운동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르게 팔린 기계’라는 칭송을 받는 스마트폰은 이미 일상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았다. 농업 혁명에 5000년, 산업 혁명에 200년, 디지털 혁명엔 30년이 걸렸지만, 스마트폰 혁명엔 채 10년도 걸리지 않았다. 이제 스마트폰 없는 삶은 상상하기 어렵다.

최근 한국 사회는 에스케이씨앤씨(SK C&C) 판교데이터센터 화재로 단편적으로나마 포노 사피엔스로서의 ‘일상 마비’를 경험했다. 4594만명(4월 기준. 만 10살 이상)이 사용하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 마비되면서 ‘불통’을 넘어 행정·금융·결제·교통 등 생활 전반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스마트폰 자체를 못 쓰는 게 아닌데도 말이다.

뒤늦게 정부와 국회는 “카카오톡이 시장 독점적 지위 탓에 민간 서비스이면서도 공공 플랫폼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편리함에 길들었을 뿐, 그 편리함이 중단됐을 때 올 혼란에 미처 대비하지 못한 후과를 겪고 있는 포노 사피엔스의 모습이다.

유선희 산업팀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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