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는 헌법에 나와 있는 자유권적 기본권의 하나다. 자기 생각이나 의견을 억압받거나 검열받지 않고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뜻한다. 대한민국 헌법은 21조에 이런 내용을 규정해놓았다. ‘표현의 자유’는 근대 서양 사회에서 시민이 자유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상업 발달로 성장한 부르주아 계층이 왕과 귀족에 대항해 자유로운 토론을 거쳐 정책이 결정될 수 있도록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개념이 형성된 것이다.
최근 문화예술 분야에서 ‘표현의 자유’ 논란이 일었다. 고등학생이 그린 대통령 풍자 카툰인 <윤석열차>가 그 진원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이 그림을 조처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은 국정감사로 번졌다. 대한민국 법을 다루는 법무부 장관에게까지 불똥이 튀었다. 한동훈 장관은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윤석열차>를 둘러싼 논란에 “‘표현의 자유’는 넓게 보장돼야 하지만 혐오나 증오의 정서가 퍼지는 것은 반대한다”고 했다. 한 장관은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석열차>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한 장관은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문화예술계의 비판을 의식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방점은 혐오나 증오의 정서가 퍼지는 것을 반대한다는 점에 두고 있다. 즉 이 그림이 대통령과 그 부인, 검찰을 향한 혐오나 증오를 담았다는 인식이다.
자유민주주의 법질서를 다루는 ‘일국의 장관’ 시각은 ‘일개 필부들’과는 다른 듯하다. <윤석열차>는 제23회 전국학생만화공모전 ‘카툰 부문’에서 고등부 금상을 받은 작품이다. 카툰의 사전적 뜻은 ‘주로 정치적인 내용을 풍자적으로 표현하는 한 컷짜리 만화’다. 이 그림은 카툰이란 형식을 빌려 우리 사회 최고 권력자를 풍자하고 비판한 것이다. 권력 집단은 견제받아야 한다는 건,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이다. 그 견제 방법 가운데 하나가 카툰 또는 만평이다.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은 표현의 자유에 있습니다.’ 2월18일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후보가 페이스북에 쓴 글이다. 윤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 연설 13분 동안 33번이나 ‘자유’를 말할 정도로 ‘자유’를 국정 키워드로 내세우고 있다. 한동훈 장관은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의 페이스북을 다시 한번 챙겨 봐야 할 것 같다.
정혁준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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