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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BTS 병역특례보다 중요한 건

등록 2022-10-23 17:47수정 2022-10-24 02:38

지난 15일 경기 김포 경인아라뱃길 아라마리나에서 열린 경기인디뮤직페스티벌 신인 발굴 경연대회 인디스땅스에서 1등을 차지한 밴드 스킵잭이 관객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경기콘텐츠진흥원 제공
지난 15일 경기 김포 경인아라뱃길 아라마리나에서 열린 경기인디뮤직페스티벌 신인 발굴 경연대회 인디스땅스에서 1등을 차지한 밴드 스킵잭이 관객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경기콘텐츠진흥원 제공

[한겨레 프리즘] 서정민 | 문화팀장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병역특례를 둘러싼 갑론을박에 마침표를 찍었다. 맏형 진부터 스스로 입대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소속사 하이브는 지난 17일 기업 공시를 통해 “진이 이달 말 입영 연기 취소를 신청하고 이후 병무청의 입영 절차를 따를 예정”이라며 “다른 멤버도 각자의 계획에 따라 순차적으로 병역을 이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실 방탄소년단은 병역특례를 원한다고 한 적이 없다. 때가 되면 병역의 의무를 다하겠다고 늘 말해왔다. 먼저 군불을 지핀 건 정치권이다. 현행 병역법에서 예술·체육요원 편입 규정에 대중문화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에 국회의원들은 방탄소년단도 포함되도록 하는 병역법 개정안을 앞다퉈 내놨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2030 부산세계박람회 홍보대사인 방탄소년단의 대체복무 적용을 대통령실에 건의했다.

보아하니, 알아서 잘하고 있는 방탄소년단에 다들 뭐 하나 더 해주려고 안달 난 모양새다. 아니, 그보다는 방탄소년단의 성공에 숟가락을 얹거나 세계적인 영향력 덕을 보려고 안간힘을 쓴다는 게 더 정확하겠다. 과연 정부와 정치권이 문화예술인들을 위해 할 일이 이런 것이어야 하는지, 방탄소년단 병역특례 허용 근거를 위해 국위선양이란 낡은 구호와 경제적 효과라는 잣대로 문화예술의 가치를 평가하는 게 옳은 것인지, 씁쓸한 뒷맛이 가시지 않는다.

지난 15일 음악축제에서 만난 장면은 생각지도 못하게 이와 대비되는 지점을 곱씹게 했다. 경기 김포 경인아라뱃길 아라마리나에서 열린 경기인디뮤직페스티벌에서다. 축제의 절정은 잔나비의 무대였다. 인디로 출발해 큰 성공을 거두고도 여전히 자신만의 인디 레이블을 유지하고 있는 밴드다. 리더 최정훈이 무대에서 말했다. “‘경기’와 ‘인디’가 잘 안 어울리는 듯하지만, 이게 또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저희도 성남에서 인디 한다고 모였거든요. 인디는 홍대만이 아니라 전국 곳곳에 있어요.”

그렇다. 비주류인 인디 안에서도 ‘홍대 인디신’ 바깥의 비주류 인디 음악인들이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축제에서 펼쳐진 신인 발굴 경연대회 ‘인디스땅스’ 3위에 오른 몽돌은 아산, 보령 등 충남권에서 활동해온 밴드다. 1위를 차지한 밴드 스킵잭은 넘치는 에너지와 무대 장악력으로 미래의 록스타를 예감하게 했다. 2014년 경기 광명에서 고등학생끼리 결성한 스킵잭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날 축제와 경연대회는 경기도와 김포시, 경기콘텐츠진흥원이 주최·주관했다.

지난 20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선 1980년대를 풍미한 밴드 벗님들의 이치현과 가수 이정석이 ‘어떤가요’란 타이틀로 조인트 공연을 했다. 객석엔 머리가 희끗한 중장년 관객들로 가득했다. 친구들끼리 한껏 멋을 부리고 온 한 무리의 중년 여성들은 여고생 시절로 돌아간 듯 보였다. 평소 공연장을 찾을 기회가 잘 없던 이들은 ‘집시여인’ ‘첫눈이 온다구요’ 등 추억의 노래에 행복해했다. 이 또한 지자체 산하 마포문화재단 주최 공연이었다.

다음날인 21일 서울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선 1990년대 한국 재즈 중흥기를 이끈 서울재즈쿼텟의 공연이 펼쳐졌다. 이정식(색소폰)·김희현(드럼)·장응규(베이스)·양준호(피아노)가 해체 이후 25년 만에 다시 뭉쳤다. 지난 6월 서울 합정동 재즈바 가우초의 소박한 무대에 오른 이들은 벅찬 감흥에 아예 재결성을 선언했고, 8월 마포아트센터에서 정식 공연을 했다. 이 무대가 매진 사태를 이루자 이번에 앙코르 공연까지 한 것이다. 20대부터 노년까지 다양한 연령대 관객들이 거장들의 이심전심 연주에 감탄하고 감동했다.

요즘 케이(K)팝 전성시대라지만, 케이팝만이 다가 아니다. 인디, 옛 노래, 재즈 등 다양한 음악을 하는 예술가들과 이를 즐기는 대중이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잘나가는 이들을 더 잘나가게 돕는 것보다 소외된 여러 분야에 골고루 햇볕이 들게 하는 것이라 믿는다. 문화예술 정책은 그래야 한다.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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