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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최우리의 비도 오고 그래서] 엉따와 엉뜨의 차이

등록 2022-10-23 17:48수정 2022-10-24 02:37

엉덩이를 따뜻하게 해주는 온돌 혹은 발열의자. 연합뉴스
엉덩이를 따뜻하게 해주는 온돌 혹은 발열의자. 연합뉴스

최우리 | 경제산업부 기자

‘엉따’(엉덩이를 따뜻하게 해주는 의자의 온돌 기능)는 선물이다. 버스정류장 엉따 서비스는 요즘 지방자치단체마다 주민 편의와 복지를 고려해 늘려가고 있다. 추운 겨울 버스정류장의 온돌 의자에 앉아 있으면 한국은 참 배려심 많은 사회라는 자부심이 생긴다. 하지만 가을 한낮에도 엉따가 켜져 있어야 하는지는 시민들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지난 20일 낮 2시 서울 서초구의 기온은 19도였다. 기후에너지 문제에 관심이 많은 한 지인이 다급한 목소리로 제보했다.

“한낮에도 온돌 의자를 가동해야 할까요?”

그는 서초구 방배동의 한 버스정류장(이수교) 의자에 앉았는데 “엉덩이가 뜨거웠다”고 말했다. ‘엉따’가 아니라 ‘엉뜨’였다는 그는 “이런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막아야 하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서초구청 교통행정과 담당자는 “실외 기온이 18도보다 낮으면 (온돌 기능이) 자동 작동한다. (잔열이 남을 수는 있지만) 기온이 더 오르면 자동으로 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청 언론팀 담당자도 “지금도 빨리 가동해달라는 민원이 계속 들어온다”고 했다. 서초구와 비슷하게 정류소 온돌 의자를 운영 중인 경남 진주시 민원신고방에는 19일 저녁 “엉따 빨리 켜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에너지 안보 위기 시대, 가전제품 등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뿐 아니라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는 것 역시 기후·에너지 정책의 우선 과제로 꼽힌다.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연일 강조한다. 에너지 수요 관리를 강화한다는 목표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는 올겨울이 고비일 것이란 우려가 계속되자 정부는 ‘에너지 다이어트’를 강조했다. 공공기관의 동절기 실내 기온부터 기존 18도에서 1도 더 낮춰 17도로 정했다.

문제는 보여주기식 문제의식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잘 이행할 수 있도록 정책을 짜야 한다. 예를 들어 지자체가 주민 복지 차원에서 제공하는 버스정류장 쿨링·온돌 의자를 실외 기온 몇 도부터 가동해야 가장 효과적인지, 이런 상황을 뒷받침할 수 있는 과학기술은 있는지 등 이행 과정을 잘 따져야 한다.

서초구가 온돌 의자 가동 시작 기온을 18도로 정한 이유는 “동절기 실내 권장 온도가 최소 18도”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상청 예보를 보면 한낮 기온이 18도를 밑도는 날씨가 10월 중순부터 이어지고 있다. 또 다른 서초구민인 60대 여성은 “겨울에는 ‘엉따’가 참 좋지만 가을철까지 과하게 작동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일부 정류소에 설치한 태양전지를 정류소마다 설치해 더 많은 주민 지지를 끌어내는 것도 방법이다.

후끈한 난방이 잘 들어오고 따뜻한 물이 콸콸 나오는 집은 부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난방과 온수를 중앙에서 공급·통제하는 방식으로 건물을 지은 오래된 아파트들은 현재 높은 관리비의 주범이자 에너지가 새는 대표 현장이다. 반대로, 지난 9월 말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취재하러 방문한 덴마크의 호텔들은 친환경 인증을 자랑하며 수건 한장, 비누 하나 절약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대학 시절 몇몇 친구들이 “물·전기·가스는 상품이 아니”라고 외쳤다. 가슴이 뛰는 말이었다. 그러나 공공재가 상품인 시대를 맞닥뜨렸다. 물은 운이 좋아 잘 정수된 수돗물을 먹는다 해도, 전기와 가스는 자원빈국인 한국에서는 돈을 주고 연료를 수입해 오고 있다. 빈곤층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확보하면서도 기본적으로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고 실천하는 정책이 준비되어 기후위기 시대에 적응해야 한다. 겨울이 오고 있다. 에너지 절약을 고민하기에 적기다. 난방비도 절약하고 기후환경인식도 고양할 기회다.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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