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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뉴노멀-실리콘밸리]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지옥문’을 연 걸까?

등록 2022-10-30 18:34수정 2022-10-31 02:37

트위터 로고와 일론 머스크. 로이터 연합뉴스
트위터 로고와 일론 머스크. 로이터 연합뉴스

[뉴노멀-실리콘밸리] 손재권 | 더밀크 대표

‘지옥에 온 것을 환영한다. 일론, 당신이 그것(트위터)을 망가뜨렸고, 결국엔 그것을 샀다.’

다소 자극적인 제목이었다. 지난 27일(현지시각)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 인수를 최종 마무리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실리콘밸리에서 영향력이 큰 테크미디어 <더버지>가 혹독한 평가를 했다. 머스크가 트위터를 440억달러(약 62조7천억원)에 인수한 사건은 실리콘밸리 역사에 남을 만한 딜이 될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가 지난 4월 트위터 인수를 처음 언급했을 때는 그가 워낙 독특하고 괴짜 같은 면이 큰 인물인데다 인수를 둘러싼 소송전까지 벌어지면서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인수가 현실이 되자 ‘냉정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머스크는 트위터 경영권을 확보하자마자 파라그 아그라왈 최고경영자(CEO)와 네드 시걸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핵심 경영자 4명을 전격 경질했다. 이어 7500명에 달하는 직원 30%를 구조조정할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다.

부자들의 ‘미디어 기업’ 인수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워싱턴 포스트>를 인수했으며, 마크 베니오프 세일스포스닷컴 최고경영자는 <타임>을 인수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인수는 현재 세계 1위 부자가, ‘언론’이 아니라 담론을 움직이는 ‘플랫폼’을 인수했다는 점에서 차원을 달리한다.

머스크는 트위터 팔로어 수가 약 1억1천만명에 달하는 ‘슈퍼 트위터리안’이자 인플루언서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트위터를 통해 거침없이 전달되면서 전세계에 미치는 영향이 컸는데, 이제는 자신의 말을 전달하던 플랫폼을 소유하게 돼, 정치·경제적 영향력 측면에서도 따라올 사람이 없게 됐다. 세계 1위 부자이면서 테슬라, 스페이스엑스(X) 등을 소유한 그가 여론의 방향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미디어 플랫폼’을 가져가게 된 것이 향후 어떤 결과를 낳을지 쉽게 예상이 안 될 정도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매우 기쁘고 트위터가 이제 제정신으로 돌아갔다”며 즉각 ‘환영’의 말을 한 것에 비춰 봤을 때 누구에게 이익인지 예측은 가능하다.

트위터가 현재 영구적으로 금지한 계정의 소유주는 트럼프 전 대통령,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공화), 스티브 베넌 전 트럼프 고문, 샌디훅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이 날조였다는 거짓말을 퍼뜨린 앨릭스 존스 토크쇼 진행자, 영국의 극우 정치평론가 케이티 홉킨스 등이다. 이들은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이후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트위터에 극단적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흥'했지만 트위터가 계정을 영구 금지하면서 입이 막힌 이들이다.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 무섭게 수천개의 새로운 극우 트위터 계정이 새로 생성됐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트위터의 문제는 머스크가 바꾸고 싶어 하는 것처럼 ‘콘텐츠 중재위원회' 구성 등 합리적인 기구가 없어서가 아니다. 기술과 엔지니어링이 부재해서, 또는 비즈니스 모델이 광고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슈퍼 앱'이 되면 사라질 수 있는 게 아니다.

머스크, 트럼프 등 트위터에 중독된 ‘슈퍼 인플루언서'가 플랫폼을 쥐락펴락하면서 일방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이를 비판 없이 추종하는 세력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대의 민주주의의 실종 그리고 머스크 등 비즈니스를 위해 무엇이든 다 할 수밖에 없는 ‘사업가'가 큰 사회적 영향력을 지니게 된 비참한 현실을 보여준다.

물론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가 생각하는 ‘언론의 자유' ‘표현이 자유'는 특정 세력만의 자유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이는 게 사실이다. 일부 우려대로 민주주의를 해치는 ‘지옥문'을 연 것은 아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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