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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윤하의 역주행과 알고리즘, 그리고 소통 / 정혁준

등록 2022-12-04 16:15수정 2022-12-04 16:43

윤하 ‘사건의 지평선’. 김재욱 화백
윤하 ‘사건의 지평선’. 김재욱 화백

‘역주행’은 자동차나 오토바이 등이 반대 방향으로 내달리는 걸 말한다. ‘역주행’은 정치·경제·사회 분야에서도 비유적으로 쓰인다. 발전이 아니라 거꾸로 퇴보하는 정책이나 흐름을 은유적으로 비판하는 경우다. 미디어의 기사 제목에서 자주 사용된다.

가요계에선 오랫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노래가 음악 차트나 가요 프로그램에서 순위에 오르면서 주목받는 현상을 뜻한다. 대표적인 ‘역주행’ 사례는 4인조 그룹 브레이브걸스다. 2011년 데뷔해 2016년 2기 멤버로 새출발한 브레이브걸스는 그동안 한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지만, 지난해 상반기 역주행으로 큰 인기를 몰고 왔다. 2017년 3월 발표한 ‘롤린’이 그 주인공이었다. 솔로 가수 윤하가 올해 3월 선보인 ‘사건의 지평선’ 역시 역주행으로 주목받고 있다. 앨범 발매 직후엔 별다른 반응이 없다가 슬슬 역주행하더니 꼭 222일 만인 지난달 7일 음원 차트(멜론 기준) 1위에 올랐다. 국내 음원 차트를 ‘올킬’(전부 1위)한 데 이어 지난달 27일 방송된 <인기가요>(에스비에스)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그가 15년 만에 받는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 트로피였다.

이런 역주행을 알고리즘 덕이라고 분석하는 이가 많다. ‘롤린’은 군부대 음악 방송 프로그램 <위문열차>(국방티브이)에서 브레이브걸스가 공연한 영상이 유튜브에 오르면서 인기를 탔다. 이 영상에서 군인들이 자욱한 먼지를 일으키며 브레이브걸스를 향해 달려가는 장면은 영화 <매드 맥스>의 모래바람과 닮아 ‘매드 맥스 필터’로 불리며 ‘밈’으로 퍼지기도 했다. ‘사건의 지평선’은 윤하가 여러 음악 페스티벌과 대학 축제에서 노래 부르는 장면을 찍은 동영상이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알고리즘을 타면서 역주행이 시작됐다.

하지만 알고리즘 이전에 가수들의 소통과 열정이 있었다. 브레이브걸스는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군부대 위문공연을 하며 팬과 소통했다. 윤하 역시 수많은 무대에 서서 묵묵히 노래를 부르며 팬에게 다가섰다. 윤하는 그렇게 많은 무대에 오른 이유에 대해 “팬데믹 기간 무대에 서지 못한 아쉬움과, 팬과 소통하기 위한 열망”이라고 했다. ‘역주행’은 ‘재조명’의 다른 이름이다. 이런 ‘재조명’은 알고리즘에 앞선 소통과 열정이 녹아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혁준 문화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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