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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근로소득세 면세자 / 정남구

등록 2022-12-18 14:35수정 2022-12-18 19:46

1973년 10월6일 중동전쟁이 일어나고 열흘 뒤, 페르시아만의 6개 석유수출국이 원유 고시가격을 17% 올렸다. 제1차 석유파동의 시작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이듬해 1월14일 ‘국민 생활 안정을 위한 대통령 긴급조치’(긴급조치 3호)를 선포했다. 소득세를 1년간 감면하는 조처가 맨 앞에 놓였다. 김종인은 회고록 <영원한 권력은 없다>에서 이렇게 회고한다.

“기존 연소득 1만8천원이던 소득세 면세점이 5만원으로 상향됐다. 그 조치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소득세를 납부하던 인원의 85%가 하루아침에 세금을 면제받게 됐다.”

1973년 북한이 소득세를 없애고 ‘세금 없는 인민의 낙원’이 됐다고 선전했는데, 박정희 정부도 근로소득세 내는 사람을 거의 없애버린 것이다. 긴급조치 3호는 이후 ‘절반 가까운 근로자가 소득세를 한푼도 안 내는 나라’를 만들었다.

2013년 정기국회에서 박근혜 정부가 소득세 특별공제 항목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것을 뼈대로 소득세법을 고쳐 증세를 한 적이 있다. 2015년 초 연말정산 때 불만이 폭발했다. 정부 설명과 달리 연소득 5500만원 이하 근로자의 세부담도 늘어난 것이 불만을 부채질했다. 결국 보완조처를 마련해 소급적용했는데, 2013년 31.3%까지 내려간 면세자 비율이 2014년 48.1%로 다시 뛰었다.

소득이 있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소액이라도 소득세를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납세자로서 관심과 발언권이 생긴다. 정부가 소득세 과표구간을 손대지 않으면서 면세자 비율은 다시 줄어왔다. 2020년에는 37.2%였다.

정부의 올해 소득세법 개정안은 2008년 이후 손보지 않은 과표구간 조정이 핵심이다. 6% 세율을 적용하는‘1200만원 이하’를 ‘1400만원 이하’로, 15% 세율을 적용하는 구간을 ‘1200만~4600만원’에서 ‘1400만~5000만원’으로 올리는 안이다. 기획재정부는 과표구간을 이렇게 조정하면 면세자 비율이 1%포인트 안팎 올라갈 것이라고 밝혔다. 20만명가량이다. 더불어민주당은 6% 세율 구간을‘과표 1500만원까지’로 100만원 더 올리자고 한다. 그렇게 하면 월 1만원가량 세금 내는 사람 일부가 추가로 면세자가 될 것이다. ‘근로소득자 모두가 한푼이라도 세금을 내는 나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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