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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남진과 꽃, 그리고 사진 연출 / 정혁준

등록 2023-02-07 12:51수정 2023-02-08 02:37

남진과 김기현의 꽃. 김재욱 화백
남진과 김기현의 꽃. 김재욱 화백

가수 남진은 데뷔 55주년을 맞은 2020년 11월 신곡 ‘오빠 아직 살아 있다’를 선보였다. 당시 이 노래 앨범의 콘셉트 사진이 화제였다. 살짝 웃음 띤 얼굴의 남진이 권총을 손에 들고 있고, 권총 총열엔 장미꽃이 꽂혀 있었다. ‘장미꽃을 장착한 권총’은 남진의 노래를 향한 열정을 뜻하는 진정성 있는 상징으로 쓰였다. ‘오빠 아직 살아 있다/ 나 아직 살아 있어/ 은빛 정열의 사나이/ 오빠 아직 살아 있다’로 시작하는 가사도 같은 맥락이었다.

반세기 넘게 가요계에서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하는 ‘영원한 오빠’ 남진은 1965년 데뷔했다. 전남 목포에서 해방둥이로 태어난 그는 학창 시절 오토바이를 타고 다닐 정도로 금수저 출신이었다. 어릴 때부터 엘비스 프레슬리를 좋아한 남진은 스탠더드팝 계열의 ‘서울 푸레이보이’로 데뷔했다. 동명의 1집 앨범에 실린 이 노래는 인기가 없었다. 2집 앨범 역시 처음엔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트로트곡 ‘울려고 내가 왔나’가 알려지면서 서서히 이름이 알려졌다.

2014년엔 남진이 베트남전에서 총을 들고 있는 흑백 사진이 화제가 됐다. 그해 12월 나온 영화 <국제시장>에서 아이돌그룹 동방신기의 멤버 유노윤호가 베트남 참전 당시 남진을 연기하면서부터였다. 실제로 남진은 엘비스 프레슬리처럼 한창 인기를 끌고 있을 때인 1968년 해병대에 입대했고, 그 뒤 베트남전에 파병됐다. 이 때문에 사진은 인기 절정에도 조국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모습으로 진정성 있게 비쳤다. 남진은 1971년 제대 뒤 그의 최고 히트곡 가운데 하나인 ‘임과 함께’를 내놓았다.

최근 남진은 또 다른 사진으로 뉴스의 중심에 떠올랐다. 2년여 전 앨범 콘셉트 사진처럼 꽃이 화제가 됐지만, 노래 때문이 아니었다. 정치인이 논란을 불러왔다. 국민의힘 대표 후보인 김기현 의원이 지난달 27일 페이스북에 “당대표 선거에 나선 저를 응원하겠다며 꽃다발까지 준비해준 김연경 선수와 남진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 말씀을 드린다”는 내용과 함께 두 사람과 찍은 사진을 올렸다. 이에 남진은 “김 의원과 아는 사이가 아니고 꽃도 그쪽에서 준비한 것”이라고 밝히면서 가수와 선수를 정치에 이용한다는 비판이 불거졌다. 김 의원이 열정적인 남진 공연을 본 뒤 꽃을 전해줬다면 그나마 좀 더 진정성이 있는 사진 연출이 됐을 것이다.

정혁준 문화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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