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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연금개혁 위한 ‘진짜 해법’

등록 2023-02-07 18:25수정 2023-02-08 02:38

서울 성북구의 한 산부인과 신생아실 카트가 비어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서울 성북구의 한 산부인과 신생아실 카트가 비어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한겨레 프리즘] 황춘화 | 사회정책팀장

“인기 없는 일이지만 반드시 해내겠다.”(윤석열 대통령, 2022년 12월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

연금개혁을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운 윤석열 정부가 2007년 2차 개혁 이후 15년간 제자리걸음인 국민연금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연금은 일하는 동안 일정 기여분을 내고 퇴직한 뒤에는 일하는 사람들이 내는 기여분 일부를 노후 자금으로 돌려받는 제도다. 후속 세대가 위 세대의 소득을 부담해야 하는 구조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1988년 도입 당시 ‘조금 내고 많이 받도록’(보험료율 월 소득의 3%, 소득대체율 70%) 잘못 설계된 탓에 만들어질 때부터 기금 고갈 문제를 안고 있었고, 오랫동안 ‘보험료를 내기만 하고 연금은 못 받는 거 아니냐’는 불신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역대 정부들은 연금개혁을 추진했지만,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1·2차 연금개혁으로 현 제도(보험료율 월 소득의 9%, 소득대체율 2028년까지 40%)가 마련된 뒤 제도 개혁은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국민연금 기금 소진 시점을 계산한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시산(시험계산) 결과’를 예정보다 2개월 당겨 내놨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는 제도 변화 없이 국민연금을 지금처럼 유지할 경우 2055년이면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전망했다. 5년 전 4차 재정추계 때보다 고갈 시점이 2년 빨라졌다. 기금이 바닥나 해마다 필요한 연금을 충당하려면 2078년엔 보험료율을 35%까지 올려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기금 소진 시점이 당겨진 가장 큰 이유는 ‘출산율 하락과 고령인구 증가’ 때문이었다. 출산율 하락은 예상보다 빨랐고, 연금 수령 노인 비중은 급격하게 늘었다. 5년 전 정부가 예상한 2023년 합계출산율은 1.27명이었지만, 통계청은 올해 합계출산율은 0.73명, 내년은 0.7명으로 전망한다.

더 암울한 대목은 5차 재정추계가 정부의 ‘장밋빛 기대’로 채워졌다는 점이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18년 0.98명 이후 2020년 0.84명, 2021년 0.81명으로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지만, 정부는 합계출산율이 2030년 0.96명→2040명 1.19명→2046년 1.21명으로 반등한다 가정하고 기금 소진 시점을 2055년으로 계산했다. ‘출산율이 반등할 것으로 보냐’는 질문에 이스란 복지부 연금정책국장은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자녀들인 2차 에코세대(1991~1996년생)가 30대가 되면서 출산율이 소폭 오를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과연 그럴까? 미국 남캘리포니아대학 경제학과 리처드 이스털린 교수가 내놓은 ‘코호트 가설’이란 게 있다. 성인이 돼서 과거 청소년기의 삶과 현재의 삶을 비교해, 현재의 삶이 나으면 결혼하고 그렇지 않으면 결혼을 미루는 경향이 있다는 내용이다. 국내 인구학 권위자인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영태 교수는 저서 <인구·미래·공존>에서 이 가설을 인용해 “우상향이어야 하는 건 주식 차트만이 아니다”라며 “보통의 삶을 영위하기 위한 기준은 높아졌고 준비되지 않은 청년들은 출산을 선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저출생·고령화 문제를 먼저 경험한 일본의 사례를 봐도 전망은 밝지 않다. 일본은 2000년대 초반 2차 베이비붐 세대가 결혼해 출산을 시작하면 3차 베이비붐이 일 것으로 기대했지만 출산율은 올라가지 않았다. 거품경기 붕괴로 젊은이들은 비정규직으로 내몰렸고 출산을 포기한 탓이다. 질 낮은 일자리와 높은 주거 비용, 열악한 양육 환경 등 지금 한국 사회 청년들이 처한 상황이 당시 일본 청년들보다 결코 낫다고 할 수 없다.

얼마를 더 내고 얼마만큼 받을지 논의하는 현 정부의 논의는 사실 근본적인 연금개혁이 아니다. 개혁의 실마리는 저출산에서 찾아야 한다. 부모급여 100만원씩 쥐여주는 저출산 대책을 넘어, 윤석열 정부는 미래 세대에게 ‘우상향’의 삶을 제시할 수 있을까. 새로운 상상력을 보고 싶다.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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