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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뉴노멀-미래] 챗지피티 열풍이 말하지 않는 것

등록 2023-02-19 18:07수정 2023-02-20 02:37

한 사용자가 인공지능 챗봇 ‘챗지피티’와 대화하기 위해 글을 입력하고 있다. 다름슈타트/dpa 연합뉴스
한 사용자가 인공지능 챗봇 ‘챗지피티’와 대화하기 위해 글을 입력하고 있다. 다름슈타트/dpa 연합뉴스

[뉴노멀-미래] 박성원 |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기술의 영향력은 전방위적이어서 지역, 문화, 언어, 세대를 가리지 않는다. 기술은 사회에 무차별적으로 침투하고 확산하며 과거로 물러서지 않는다. 대화형 인공지능 챗지피티(ChatGPT)도 그런 기술일 것이다.

순식간에 전세계 가입자 1억명을 모을 정도로 열풍을 일으켰다. 국내의 다양한 온라인 모임에는 인공지능 개발자는 물론, 기획자, 마케팅 담당자, 소설가, 예술가, 초등학생, 대학생, 교수들까지 이 신기한 기술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밤새 논의한다.

“회사에서 모든 기획안과 결과물에서 챗지피티를 이용하라는 압박이 심하다”는 고민, “야근각이었는데 챗지피티로 고객들에게 쓸 이메일을 작성하고 제시간에 퇴근했다”는 소식, “챗지피티에게 게임의 규칙과 상황을 이해시키고 함께 즐겁게 놀았다”는 사례가 입소문을 탄다.

필자도 이런 흥분의 도가니에서 허우적거리며 자료를 모으다가 미국의 데이터 라벨링 스타트업 ‘스케일 에이아이’(Scale AI)를 창업한 알렉스 왕의 스토리를 읽게 되었다. 인공지능이 학습하는 사진, 문서 등 데이터를 사람이 인식하는 대로 이름을 붙여주는 작업이 라벨링(labelling)이다. 이 작업이 없으면 인공지능은 토끼 사진을 보고 토끼로 인식하지 못한다.

2016년 창업한 이 회사는 지난해 미국 투자시장에서 73억달러(한화 9조3천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고 이제 26살이 된 왕은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를 이을 주자로 언급된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수학과 과학에 관심이 많았고 뛰어난 학업성적으로 미국의 명문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 입학했다.

왕은 인공지능을 인간처럼 대하는 재미에 푹 빠져 밤낮으로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그러다가 집에 있는 냉장고에 유통기한이 지난 식료품 문제를 알고리즘으로 해결하고 싶어졌다. 냉장고에 카메라를 설치해 언제 어떤 식료품이 떨어지는지, 유통기한이 언제까지인지 알려주는 알고리즘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그러나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너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데이터를 넣으면 자동으로 라벨링하는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왕은 대학을 중퇴하고 친구와 함께 백팩에 스니커즈를 신고 미국 전역을 다니며 자신의 꿈을 실현해줄 펀딩 업체 그리고 함께 일할 사람들을 물색했다. 왕은 이런 과정을 “문제를 풀어가는 여행”이었다고 회고한다. 그가 개발한 기술은 챗지피티에 활용되어 오늘의 열풍을 일으키는 중요한 플레이어가 되었다.

왕의 흥미로운 스토리를 읽는 동안 국내 주요 뉴스 중 하나는 상위권 대학의 학생들이 의약학계열에 진학하려고 대거 자퇴한다는 것이었다. 미국은 달랐다. 미국의 인텔리전트닷컴이 대학생 1250명을 대상으로 2022년 가을학기(미국은 가을학기가 첫 학기)에 등록할 것인지 물은 결과, 17%는 학교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답했다. 자퇴하고 무엇을 할 것인지 물었는데, 가장 높은 순위는 창업이었다(28%). 이들은 왕처럼 제2의 마크 저커버그나 빌 게이츠가 되는 꿈을 안고 난제를 풀기 위해 학교를 떠난다. 그 난제는 대학교수들이 내준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일상에서 스스로 발견한 문제들이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이혜선과 박기범은 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2050년 한국의 이공계 석박사과정생은 지금의 절반으로 감소한다고 예측했다. 박사과정생은 현재 4만1천명에서 2만명까지 줄고 국내 20여개 대학만 이공계 대학원을 운영할 수 있다고도 예상했다.

안전한 미래만 추구하는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에서 과학기술 인재까지 줄어들면 우리는 새로운 기술 열풍의 소비자가 될 뿐 생성자는 되기 어렵다. ‘우리가 뭘 하겠어?’라는 비관론과 ‘우리 처지에 무슨 창조?’라는 운명론에 미래가 갇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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