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30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겨레 프리즘] 전슬기 | 경제팀장
지난해 하반기부터 ‘관치 금융’ 논란이 거세다. 윤석열 정부 관치 논란을 어떻게 봐야 할까.
대표적인 사례부터 살펴보자. 첫번째는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징계 불복 소송 및 연임 도전 검토에 나서자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며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두번째는 지난해 9월부터 터진 강원도발 ‘레고랜드 사태’ 때 “은행채 발행과 과도한 예금금리 경쟁을 자제해달라”고 당국이 은행권에 당부했을 때다. 세번째는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이 역대 최대 실적을 낸 은행권에 “공공재”라며 공공성 강화를 주문했던 것이다.
금융업은 다른 업종과 다른 특수성이 존재한다. 경제주체들에 자금을 융통·배분하고 통화정책의 파급 경로가 되는 등 국가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해 사적 이익 추구가 인정되면서도 높은 수준의 공공성을 요구받는다. 전세계가 금융사 설립·운영에 인허가 절차를 도입해 운용하는 이유다. 만약 ‘관치’가 정부의 관리·감독을 의미한다면, 금융업에서 어느 정도 관치는 불가피하다.
이런 측면에서 다시 관치 논란 세 사례를 마주하면, 당시 정부 개입은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첫번째 사례에서 손태승 회장은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사태로 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인사로, 징계 이력이 있는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집권은 견제받을 필요가 있었다. 두번째 금융시장 위기 때야말로 당국 개입이 필요한 때다.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 조달시장에 돈이 말라가는 가운데 그나마 있던 투자 수요는 신용등급이 높은 특수채와 은행채로 쏠렸다. 지난해 말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도 연 5%대로 치솟아 은행은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다. 은행권 외에는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상황을 해결할 필요가 있었다. 세번째 윤 대통령의 공공성 강화도 기준금리 인상기 은행들이 이자로 손쉽게 돈을 번 것은 사실이어서 틀린 소리는 아니었다.
결국 필요할 때 개입한 측면이 큰데, 윤석열 정부의 관치 금융 논란은 왜 계속될까. 원인은 잘못된 관치 방법에 있다. 현 정부 관치는 주로 구두 개입으로 이뤄지는데, 법과 제도 대신 강한 발언을 앞세우니 속내가 따로 있는 것 아니냐는 불신을 낳는다. 우리금융그룹 회장 후임으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내정되자 당국의 손 회장 연임을 향한 ‘경고성 발언’에도 정치적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것이 대표적이다.
은행권 이자장사 문제도 설익은 구두 개입으로 길을 잃고 있다. 윤 대통령이 은행권의 과점체제를 원인으로 꼽은 뒤 당국은 은행산업의 근본 틀을 뒤흔들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 분석을 보면, 2021년 하반기~2022년 상반기 예금금리-대출금리(잔액 및 신규취급액 기준) 차이 확대에는 예금과 대출 구성의 구조적 요인, 가계대출 총량제 등이 영향을 미쳤다. 대출은 변동금리 비중이 약 70%로 시장금리 변화에 민감하지만, 예금은 약 55%가 입출금은 자유로운 대신 금리는 낮은 요구불예금이어서 시장금리 변화에 상대적으로 둔감했던 것이다. 여기에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시행된 총량제로 은행권에서는 대출을 어느 한도 이상 늘리지 못하게 되자 가산금리를 더 얹어 대출금리를 높이는 추세가 나타났다.
은행권 이자장사를 줄이려면 이런 특징부터 제대로 진단해 미시적인 부분부터 제도 개선에 나서는 것이 우선이다. 현재 은행권 과점체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단행된 구조조정의 결과로, 정부가 금융 안정을 위해 비슷한 규모 은행끼리 독점적 경쟁상황이 되도록 유지해온 측면도 있다. 예대금리차 문제로 현 체제를 흔드는 것은 빈대 잡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일이 될 수 있다.
결국 현 정부가 추구하는 금융 관치가 공공성 강화를 목적으로 한 정부 개입이라면, 구두 개입이 아닌 법과 제도로 승부해야 한다. 정치적이고 설익은 ‘말’이 아닌 정확한 제도 개선책을 내놔야 한다는 얘기다. 제대로 된 관치의 기본 조건은 공공선과 투명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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