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은 돼지의 갈비 쪽에 붙은 뱃살 부위 고기를 말한다. 비계가 세겹으로 겹쳐 보인다는 이유로 삼겹살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국에서는 ‘회식 메뉴 1순위’로 꼽힐 만큼 인기가 높다.
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농업전망 2023’을 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돼지고기 생산량은 110만7천톤으로, 이 가운데 삼겹살은 약 20%인 21만여톤 정도로 추정된다. 소비량이 생산량을 넘어서는 탓에 수입량도 많다. 같은 해 돼지고기 수입량은 44만2천톤인데, 이 가운데 삼겹살은 39%가량인 17만2천톤에 이른다. 지난 한해 동안 국내 유통된 삼겹살의 양이 38만톤을 넘어서는 셈이다.
삼겹살이 얼마나 대중적이면 ‘삼겹살 데이’(3·3데이)도 있다. 바로 3월3일이다. 3이란 숫자가 두번 들어가고 겹쳐서 삼겹이 된다는 뜻에서 삼겹살 데이로 이름 붙었다. 잇단 돼지 구제역 창궐로 국내산 돼지고기가 소비 부진을 겪자, 양돈 농가를 돕자는 뜻에서 2003년 경기도 파주시 파주연천축협이 제안했다고 한다. 이때부터 매년 유통업체들까지 가세한 할인·무료시식 등의 행사가 열리면서 ‘삼겹살 데이’는 전국적인 기념일로 퍼졌다.
값이 싸서 서민의 대표 음식으로 꼽히던 삼겹살은 역설적으로 그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이젠 돼지고기 중 가장 비싼 부위가 됐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2월 서울 기준 삼겹살(200g) 가격은 2만원(1만9236원)에 육박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서도 12.1%나 올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 ‘삼겹살 데이’ 20주년을 맞아 유통업계가 실시한 ‘반값 삼겹살’ 행사는 큰 관심을 끌었다. 경기 부진과 고물가 속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에겐 더없이 매력적인 기회였을 터다. 그러나 행사 기간 온라인으로 ‘반값 삼겹살’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분노했다. 먹을 수 없을 정도의 과지방 삼겹살이 배달된 탓이다. 커뮤니티마다 “불판이나 닦을 수준의 비곗덩어리” “삼겹살 밑장 빼기” 등의 평가와 함께 인증샷이 줄을 이었다. 소비자 항의가 빗발치자 유통업계는 뒤늦게 환불·교환 보장은 물론 적립금까지 주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눈속임 판매가 불러온 불신은 쉬이 사라질 것 같지 않다. “기분이 저기압일 땐 고기 앞으로”라더니, 결국 고기 앞으로 간 소비자 기분만 저기압으로 만든 ‘삼겹살 데이’의 씁쓸한 풍경이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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