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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윤 정부 노동시간 유연화는 잘못된 방향이다

등록 2023-03-19 19:06수정 2023-03-20 02:07

한영수 경기도일자리재단 굿잡 노조위원장(오른쪽 둘째)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주 69시간 노동시간 개편안 폐기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김주영·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기중 정의당 부대표 등이 함께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한영수 경기도일자리재단 굿잡 노조위원장(오른쪽 둘째)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주 69시간 노동시간 개편안 폐기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김주영·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기중 정의당 부대표 등이 함께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세계의 창] 티모 플렉켄슈타인 | 런던정경대 사회정책학과 부교수

노동시간 단축은 문재인 정부의 주요한 성과였다. 누군가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예컨대 유럽연합의 노동시간 지침은 주당 근무시간을 48시간 이하로 규정하고 있으며, 한국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연간 근로시간이 가장 긴 나라 가운데 하나다), 이런 진보적인 입법은 한국의 장시간 노동 문화를 바꾸는 데 있어 중요한 진전이었다.

윤석열 정부는 그들이 추진하는 노동시간 개편방안이 노동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개편방안은 과거로 회귀하려는 잘못된 시도에 지나지 않는다. 재계야 물론 정부에 박수를 보내겠지만, 국가는 ‘사회의 필요’는 물론 ‘기업의 이해’와 ‘경제의 필요’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고용인과 피고용인 사이 힘의 불균형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선택할 권리”는 당연하게도 큰 의미가 없다. 그리고 기업의 노동시간에 대한 유연성이 커진다고 해서, 일·가정 양립을 위한 자율성과 같은 노동자의 자율성이 커지는 경우도 거의 없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만약 정부가 노동시간 연장을 인구고령화의 해답이라고 믿고 내놨다면, 이는 정부가 경제학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맞다. 한국의 노동가능연령 인구는 줄어들고 있다. 이는 중대한 과제다. 하지만 한국적 맥락에서 특히 더 현명한 공공정책은 인구고령화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가능연령 인구들을 잘 동원하고 노동자들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예컨대, 한국의 고용률 상황을 보면 여성고용률의 잠재력이 엄청나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한국의 여성고용률은 60%를 겨우 넘는 수준으로, 대다수 선진국보다 훨씬 낮다. 특히 국제적 기준에 비춰볼 때 고학력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낮다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각국의 사정을) 원칙적으로 따져볼 때 한국이 일본(72.5%)과 독일(72.2%)만큼의 여성고용률을 달성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여성고용은 경제의 성장잠재력뿐 아니라 국제적인 연구들이 입증한 바와 같이 출산율을 올리는 데에도 매우 중요하다. 노동시간을 늘리려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은 여성고용을 되레 억제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치명적 실수다.

경제협력개발기구가 지적했듯이, 국제적으로 비교해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특히 서비스, 중소기업 분야에서 열악한 것으로 나타난다. 노동생산성 제고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 전략이 노동자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초과근무나 장시간 노동을 조장하는 것보다 현명한 선택임은 너무나 자명하다. 아픈 노동자는 국가 보건체계에도 부담을 준다. 또한 노동인구의 건강이 악화하면 현재 너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출산율을 회복하는 데에도 도움이 안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좋은 일자리와 일·가정 양립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은 그 어느 것에도 이바지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노동조합은 노동시간 규제와 관련한 윤석열 대통령의 공세에 올바로 항의하고 있다. 우익 정부가 노동자의 권리를 공격하면, 전통적으로 노조를 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전문직을 포함해 노동조합이 조합원을 확충할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나아가 이 사태는 민주당의 집권만이 노동자의 권익 제고의 가능성을 제공한다는 점을 상기시켜준다. 또, 유럽의 경험을 통해 노동조합과 정치적 좌파가 함께 일할 때 가장 좋은 전망을 가져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때로는 어려운 타협을 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하지만 좌파가 실패하면, 정치적 우파를 강화하게 되며 결과적으로 이는 일반 시민에게 해로운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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