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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집중근로’ 우려에도 대책 없이 행정해석부터 바꾼 정부

등록 2024-01-22 18:00

지난해 12월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과로사 예방 입법 공청회에서 진술인들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용노동부가 주 40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 한도 위반 기준을 1일 초과근로의 합산에서 1주간의 초과근로로 하도록 행정해석을 변경했다. 지난해 12월7일 같은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온 데 따른 후속 조처라는 설명인데, 한달여 만에 서둘러 변경했어야 할 만큼 시급한 과제였는지 의문이다. ‘하루 단위의 과도한 집중근로가 가능해진 것 아니냐’는 노동계의 우려가 큰 상황에서 아무런 입법 보완도 없이 행정해석부터 바꾼 것이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22일 “법의 최종 판단 및 해석 권한을 갖는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여 행정해석을 변경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바뀐 행정해석은 노동부가 조사 또는 감독 중인 사건에 곧바로 적용된다. 앞서 대법원 판단은 근로기준법상 1일 근로시간의 연장 한도가 명시돼 있지 않은 데서 나왔다. 현행 법정 근로시간은 주 40시간이지만, 노사 합의에 따라 주 12시간 한도로 연장근로가 허용된다. 기존 노동부 행정해석은 1일 8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시간을 1주 단위로 합산해 12시간을 넘기면 법 위반으로 봤는데, 앞으로는 1주간 근로시간이 52시간만 넘기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한 예로, 주 3일 15시간씩 일한 경우 기존에는 1주간 연장근로시간이 21시간(3일×7시간)으로 위법이었지만, 바뀐 행정해석(총 45시간)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대법 판단에 이어 노동부 행정해석까지 신속하게 변경되면서 집중근로에 대한 우려가 한층 커졌다. 교대제로 일하는 제조업과 경비업 등 연장근로가 많은 업종에서 사업주 편의대로 업무량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해석에 따라 1주 12시간을 넘기는 연장근로가 불가피할 경우 사업주는 근로자 대표와 합의하거나 노동부 장관 인가를 받아야 했지만, 바뀐 해석은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도록 우회로를 터준 셈이다. 전문가들은 일이 한꺼번에 몰리는 불규칙한 노동시간은 과로사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국회에는 근무일 사이에 연속 11시간 이상 휴식시간을 부여하도록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사업주의 집중근로 남용에 따른 노동자 건강권 침해를 방지하자는 취지다. 노동부는 이런 입법 보완에 관심을 기울이기는커녕, 이번 행정해석 변경을 앞으로 본격 추진할 ‘근로시간 유연화’를 위한 사전 포석으로 여기는 듯싶다. 산업 현장에 집중근로가 남용될 수 있다는 시대착오적 정책 신호를 주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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