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티’(MT)는 멤버십 트레이닝(Membership Training)의 약자로, 대학·직장 등에서 구성원 간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 며칠간 여행을 가는 행사를 말한다. 한국에서는 아주 오랫동안 사용되며 굳어진 말이지만, 실제로 영미권에서는 쓰지 않는 ‘콩글리시’에 가깝다. 1990년대 초반 대학가에 순우리말 운동이 벌어지면서 ‘모꼬지’라는 말이 대안으로 제시(1992년 4월28일자 <문화일보>)됐지만, 동아리(서클)나 새내기(신입생)만큼 확실하게 자리잡지는 못했다.
엠티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은 ‘술’이다. ‘친목 도모’라는 명분으로 각종 게임을 곁들여 토할 때까지 술을 마시는 한국의 엠티 문화는 유명하다. 오죽하면 엠티의 또 다른 뜻이 ‘마시고 토하고’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을까. 선배가 강권하는 술을 거부하지 못하는 엠티 술 문화는 ‘대학 똥군기’의 한 사례로 꼽히기도 한다.
코로나19 대유행 사태가 끝나고 일상회복이 이뤄지면서 각 대학에서는 새내기와 함께하는 엠티가 다시 시작됐다. 학과별로 수십명이 한꺼번에 움직이는 엠티는 3년간의 팬데믹에 마침표를 찍는 상징적인 행사인 셈이다. 대학생 엠티 행렬이 끊겼던 마석·대성리·가평·강촌 등 일명 ‘경춘선 라인 엠티 명소’의 상인들이 반색하며 영업에 들어갔다는 소식도 들린다.
하지만 돌아온 엠티가 꼭 긍정적인 반응만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닌 듯싶다. 일부 대학에선 여전히 ‘전원 참석 원칙’을 내세우며 ‘불참할 경우 장학금 순위 산정 때 불이익이 갈 수도 있다’ ‘교수가 인정하는 사유서와 벌금을 내야 한다’는 등의 반협박성 문구나 십수만원에 이르는 엠티 비용을 의무 납부하라는 내용을 담은 공지를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개인주의와 비대면에 익숙한 새내기들에게 공동체주의를 심어주기 위한 고육책이란 반론이 나온다지만, 오히려 합리주의로 무장한 엠제트(MZ)세대의 호응을 얻지 못하는 구태의연한 엠티 문화를 돌아봐야 할 일이다.
변화의 움직임도 있다. 최근 일부 대학은 아예 엠티를 현장학습이나 봉사활동으로 대신한다고 한다. 소방안전관리학과는 안전체험관에서 교육을 받고, 물리치료학과는 노인복지관 봉사활동을 하는가 하면, 치위생과는 세치식을 열어 선배가 후배의 치아를 살펴주는 식이다. 전공 관련 지식을 나누고 현장을 체험하면서 선후배 사이도 돈독히 하는 모범적이고 대안적인 엠티 문화라 할 만하다.
유선희 산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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