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부진에 안도할 때가 아니다. 고정 지지층만 붙잡고 반사이익에 기대서는 미래가 없다. 민주당 스스로 혁신하고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아직 갈 길이 멀다.
5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연 `대출금리 부담완화 입법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가 소상공인의 발언을 듣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성한용ㅣ정치부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은 5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윤석열 정권 민심 이반 현상을 분석했다.
‘중수청’(중도층·수도권·청년층) 이탈 흐름이 가속하고, 전통적 지지층이라고 할 수 있는 70대 이상, 영남권 지지율도 상당히 하락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정부 여당이 지지율 하락을 막으려고 집토끼를 잡기 위한 극우 행보를 하고 있다는 것이 민주당의 시각이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윤석열 정권은 예전의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체제, 이명박 정권 때의 패턴과 유사하게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의 진단은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와도 대체로 일치한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직무 평가는 2월 마지막 주 긍정 37%, 부정 56%에서 3월 마지막 주 긍정 30%, 부정 60%로 매우 나빠졌다. 국민의힘 지지도는 37%에서 33%로 떨어졌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누리집 참고)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민주당 지지도는 좀처럼 오르지 않는다. 2월 마지막 주 34%, 3월 마지막 주 33%다. 변화가 없다. 대신 ‘지지 정당 없다’는 무당층이 24%에서 29%로 늘었다. 국민의힘에서 떨어져 나온 민심이 무당층으로 옮겨 간 것이다.
여론조사 정당 지지도가 무서운 것은 선거 결과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여론조사와 실제 선거 결과가 크게 어긋나는 대형 사고가 터진 뒤 기술적 보완으로 정확도가 많이 개선됐다.
2020년 21대 총선 직전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 41%, 미래통합당 25%, 정의당 5%였다. 선거 결과 ‘위성정당’을 합친 의석은 민주당 180석, 미래통합당 103석이었다.
한국갤럽의 지난 3월 마지막 주 조사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도는 33%로 같았다. 지금 당장 선거를 치른다면 누가 이길지 알 수 없다는 얘기다.
3년 전 21대 총선 결과를 가지고 한번 따져보자. 민주당은 수도권 121개 지역구 가운데 103개 지역구를 차지했다. 국민의힘은 16석에 그쳤다. 민주당의 압승이었다.
만약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수도권 의석을 절반씩 나눠 가진다면 어떻게 될까? 민주당은 수도권에서만 지금보다 40석 정도 줄어든다. 이것만으로도 총선은 패배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여당에는 ‘2030 부산 엑스포 프리미엄’이 남아 있다. 1993년 대전 엑스포, 2012 여수 엑스포는 인정박람회였다. 2030 엑스포는 등록박람회다. 차원이 다르다. 유치하면 나라의 경사다.
부산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뒤진 상태였지만 그동안 많이 따라잡아서 유치 가능성이 꽤 커졌다고 한다. 개최지 선정은 올 11월 국제박람회기구 총회에서 결정된다. 유치에 성공하면 내년 4·10 총선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민주당 사정은 어떨까? 체포동의안 표결로 드러난 내부 갈등 양상은 최근 당직 개편을 계기로 봉합되는 분위기다. 송갑석 최고위원, 김민석 정책위의장, 한병도 전략기획위원장에 대한 평가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셋 다 경륜이 있는 사람들이다. 이제부터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4일 자신이 위원장을 맡은 기본사회위원회의 ‘청년 첫 출발, 소상공인 새 출발과 기본금융 토론회’에 참석했다.
“농경사회, 산업사회를 거쳐 복지사회로 왔습니다. 복지사회 너머는 우리 구성원들의 기본적인 삶이 보장되는 기본사회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국민이 최소한의 금융 혜택을 함께 누릴 수 있는 기본금융을 정책 과제로 삼아야 합니다.”
자신의 브랜드인 ‘기본 시리즈’를 이어가려는 행보인 것 같다. 가치와 정책을 이야기하는 것은 잘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의 앞날은 순탄해 보이지 않는다. 칼자루를 쥔 검찰이 언제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할지, 추가로 기소할지 알 수 없다. 숨 가쁘게 진행되는 재판은 그 자체로 악재다.
당 전체의 정책 역량도 아직 많이 부족하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에 등을 돌렸던 20대와 30대 남성 유권자는 돌아올 기색이 없다. 민주당을 찍었던 20대와 30대 여성 유권자가 내년 총선에서도 민주당을 찍을까?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부진에 안도할 때가 아니다. 고정 지지층만 붙잡고 반사이익에 기대서는 미래가 없다. 민주당 스스로 혁신하고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아직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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