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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인공지능과 일자리의 미래

등록 2023-04-10 18:33수정 2023-04-11 02:40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세상읽기] 이강국 | 리쓰메이칸대 경제학부 교수

지난해 말 생성형 인공지능인 챗지피티(ChatGPT)가 공개되자 ‘똑똑한 기계가 일자리를 없애버릴 것’이라는 목소리가 다시 커졌다. 여러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이 챗지피티를 업무에 활용하고 있지만, 미국 한 여론조사에서는 구직자 62%가 “인공지능이 자신의 경력을 위협할 것”이라 우려했다. 과연 인공지능의 발전은 노동시장에 어떤 충격을 가져다줄까.

앞서 여러 연구들은 로봇 등 자동화 기술이 실업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보고해왔다. 산업용 로봇은 2011년 약 100만대에서 2021년 350만대로 증가했고 다양한 산업들로 확산해왔다. 서울에서는 로봇이 치킨을 만드는 체인점이 등장했고, 일본의 많은 식당에서는 로봇이 음식을 가져다준다. 그러나 자동화가 대량실업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는 현실화하지 않았다. 하나의 일자리는 다양한 직무들로 구성돼 있어서 자동화하기 어려운 직무들을 고려하면 일자리의 자동화 가능성은 생각보다 낮기 때문이다. 또한 자동화와 실업은 순수하게 기술적 문제만은 아니고 이윤동기 등 다양한 요인들에 영향받는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역사적으로도 기술혁신은 일부 일자리를 대체했지만 새로운 일자리가 계속 만들어지면서 대량실업은 우려에 그쳤다. 과거 현금자동인출기(ATM)가 보급되면 은행원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컸지만,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오히려 은행원들은 늘어났다. 팬데믹 이후 자동화가 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현재 선진국들 노동시장 실업률은 수십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능력을 생각하면 이번에는 정말 다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로 명확하게 정의되는 정형화된 루틴 노동을 대체했던 과거 로봇과 달리, 인공지능은 암묵적이고 복잡한 비정형 노동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에릭 브리뇰프슨이나 대니얼 서스킨드와 같은 학자들의 주장처럼 앞으로 인공지능이 가져올 충격은 매우 클 수 있다. 백악관 경제자문회의가 지난해 12월 펴낸 보고서도 인공지능은 비루틴 노동을 대규모로 대체해 여러 화이트칼라 노동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작문을 사례로 한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자들의 실험연구는 챗지피티 사용이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작업 능률을 높였다고 보고한다. 프로그램을 코딩하는 일도 인공지능이 생산성을 크게 높였다는 보고도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일부 화이트칼라 직업에 큰 영향을 미치더라도 산업과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과거 전기나 정보통신기술도 기업들의 보완적 투자와 생산방식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한편 자동화와 생산성 상승을 배경으로 새로운 일자리들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기술과 노동시장 변화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데이비드 오터 엠아이티 교수에 따르면 2018년 현재 미국에 존재하는 일자리 중 60%는 1940년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미 챗지피티가 더 정확한 답을 하도록 하는 프롬프트엔지니어 같은 새로운 직업이 등장하고 있다. 물론 인공지능이 대량실업을 가져오지 않는다 해도 자동화에 관한 실증연구들이 보고하듯 노동소득의 몫을 감소시키고 불평등을 심화시킬 가능성은 우려해야 한다.

그렇다면 역시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의 발전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이다. 개인적으로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일하는 능력을 기르고, 사회적으로는 인공지능으로 인한 폐해를 최소화하며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발전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론 아제모을루 엠아이티 교수 지적대로, 인공지능은 경쟁을 억제하고 소비자 선택을 제한하며 과도한 자동화로 임금상승을 억제하며 불평등을 심화하는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백악관 보고서도 정부는 혁신을 촉진하면서도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보고서는 향후 과제로 훈련과 직업이동서비스에 대한 투자와 노동자를 대체하기보다 보완하고 도움 되는 인공지능 발전을 촉진하는 공공투자와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플랫폼에 대한 효과적인 규제 등을 제시한다.

결국 지금은 인공지능의 충격을 과도하게 우려하기보다는 진지한 대응과 제도 변화를 모색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오터 교수가 말했듯이 인공지능과 일자리의 미래는 불확실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단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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