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스포츠 거북이’의 1%의 힘

등록 2023-04-26 17:59수정 2023-04-27 02:39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최근 국내에서 열린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대회 디비전1 그룹B 경쟁에서 우승했다. 사상 처음 디비전1 그룹A(2부)로 승격한 대표팀은 패스, 시야, 슈팅 등 경기력 측면에서 2018 평창겨울올림픽에 출전했던 남북단일팀보다 낫다는 얘기를 듣는다. 김도윤 대표팀 감독은 “여자 아이스하키의 유일한 실업팀인 수원시청이 중심을 잡아주고, 선수들이 정직하게 훈련한 하루하루가 쌓여 이뤄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한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높이뛰기 선수인 우상혁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꾸준함의 힘을 강조했다. “원래 나는 영화를 볼 때도 건너뛰면서 본다. 그런데 운동은 그렇게 건너뛰면 안 된다. 손톱이 자라는 것처럼 처음에는 티가 나지 않다가 어느 순간 확 티가 나더라.”(동아일보) 한번에 이뤄지는 것은 없으며, 노력만이 성공의 유일한 길임을 절실하게 표현하고 있다.

야구선수 출신의 미국 작가 제임스 클리어는 <아주 작은 습관의 힘>(원제 Atomic Habits)에서 운동선수들이 매일 1%씩 전진할 때 비약할 수 있음을 그래프로 설명하고 있다. 1.01에 365제곱을 하면, 1년 뒤 37.78배(3778%)의 혁신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리프팅 등 기본기 훈련에만 수년씩을 할애한 손흥민이나 감각을 잊지 않기 위해 쉼 없이 큐를 벼리는 프로당구의 조재호 등 슈퍼스타들은 모두 이 범주 안에 있다.

느리지만 꾸준한 ‘거북이’가 되기 위해서는 삶의 태도가 달라져야 한다. 클리어는 목표 지향적 자세보다는 정체성 변화가 더 중요하다는 통찰을 전해준다. 가령 금연하겠다고 목표를 정해 나가는 것도 좋지만, ‘나는 비흡연자다’라며 아예 정체성을 바꿀 때 흡연 유혹에 근본적으로 맞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스포츠 선수에게 ‘한탕’은 없다. 작아서 보이지도 않지만 날마다 추가되는 증가분을 통해 어느 순간 폭발하는 임계점이 있을 뿐이다. 그 과정은 외롭고 고통스럽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단과 우상혁 등이 그들의 언어로 진실을 웅변할 수 있는 것은 이런 시련을 통과했기 때문이다. 날마다 새로워지려는 스포츠 선수들이 보여주는 1%의 힘은 ‘효율’과 ‘가성비’에 경도된 현대 문명과는 다른 차원의 세계가 존재함을 일깨운다.

김창금 스포츠팀 선임기자 kimc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