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토콘드리아는 우리 몸이 섭취한 음식물에서 세포를 위한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통상 세포의 발전소로 통한다.
눈길을 끄는 점은 미토콘드리아가 세포 안에 있는 기관이면서도 세포와 독립된 자신만의 유전자를 갖는다는 점이다. 당연히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는 독립적으로 후손한테 전달된다. 부모의 유전자가 절반씩 재조합되어 후손에게 전해지는 세포핵의 유전자와 달리,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는 모계로만 전승된다는 점도 특이한 지점이다.
미토콘드리아의 이런 특성은 조상을 추적하는 일을 훨씬 쉽게 해준다. 세포핵의 유전자는 세대를 거슬러 올라갈수록 유전자 재조합에 관여한 조상의 수가 배로 늘어나지만,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는 언제나 조상이 모계 한 명뿐이기 때문이다. 리베카 캔 등 몇몇 학자는 미토콘드리아의 이런 특성을 이용해 현생인류의 모계 공통조상인 ‘미토콘드리아 이브’가 20만년 전 아프리카에 살았다는 가설을 내놓아 주목을 받았다.
과학자들은 미토콘드리아가 원래 독립된 세균이었는데 20억년 전쯤 다른 세균과 합쳐져 세포내 기관으로 발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어떤 세균이 미토콘드리아의 조상 세균을 잡아먹었는데 이 미토콘드리아의 조상 세균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소화되지 않고 자신을 삼킨 세균 안에서 살아남은 뒤 공생관계를 맺으며 진화해 오늘날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런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에 문제가 생기면 치명적인 리 증후군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미토콘드리아 질환은 갓난아기 6천명당 한명꼴로 드물게 나타나지만, 발병하면 치료약도 없어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조기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불치의 질환이 아이에게 유전되는 것을 미리 막는 ‘미토콘드리아기증치료’(MDT)가 최근 영국 의료진에 의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치료는 기증받은 난자에서 건강한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를 떼어내 아이 어머니의 난자에 결합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 아이는 특이하게도 유전적으로 세 명의 부모를 갖는 셈이 된다고 한다. 생물학적 부모뿐 아니라 미토콘드리아 기증자의 유전자도 일부 갖게 되기 때문이다.
1953년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에 의해 디엔에이(DNA)의 이중나선구조가 밝혀진 이래 유전 질환을 정복하려는 인류의 노력은 이어지고 있다. 그 끝은 어디일까, 궁금해진다.
박병수 국제부 선임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