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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손석우의 바람] 올여름, 정말 비가 많이 올까?

등록 2023-05-21 18:28수정 2023-05-22 02:35

마이크로소프트가 제공하는 날씨 예측 서비스가 2023년 8월 서울에 29일 동안 비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마이크로소프트 누리집 갈무리
마이크로소프트가 제공하는 날씨 예측 서비스가 2023년 8월 서울에 29일 동안 비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마이크로소프트 누리집 갈무리

손석우 |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지난봄, 대중의 관심사는 단연 챗지피티(ChatGPT)였다.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단순한 검색 요청에도 방대한 자료를 검토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냈다. 그것도 단 몇초 만에. 특정 주제를 입력하면 대학생 수준의 작문을 어렵지 않게 해냈다. 영어에만 국한된 게 아니었다. 아직 한국어 데이터베이스가 충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웬만한 전문가 못지않은 실력을 보여줬다. 시를 쓰고 에세이를 써냈고, 심지어 장문의 보고서를 작성해냈다. 학생들이 챗지피티로 과제를 제출하면 어쩌나 걱정스러웠지만, 그 성능에 관해서는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챗지피티를 개발한 회사 오픈에이아이(OpenAI)에 직접 투자한 회사는 마이크로소프트(MS)다. 문서작성 프로그램을 만드는 회사로만 알고 있었던 마이크로소프트의 혁신이었다. 속칭 대박을 터뜨리고는 막대한 개발비를 추가로 투자했다. 최근 공개된 유료화 버전은 그 정확도가 대폭 향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마이크로소프트는 수동적인 문서작성 프로그램을 넘어 자동으로 문서를 작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그리고 3월, 마이크로소프트는 또 한번 놀라운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날씨와 기후를 예측하는 딥러닝 모델인 클라이맥스(ClimaX). 인공지능 소스코드 자체를 공개한 것이다. 과거 구글이 인공지능 일기예보 알고리즘을 공개했기 때문일까? 국내외 반응은 그다지 뜨겁지 않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일기예보는 최근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올여름 일기예보가 널리 공유됐다. 올여름 우리나라 주요 도시 날씨 예보는 단순한 흥밋거리를 넘어섰다. 7월과 8월, 단 며칠을 제외하고 줄곧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 이 예보는 온라인상에서 광범위하게 퍼졌고 주요 언론사를 통해 보도됐다. 심지어 기상청 예보 담당자가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두달 동안 정말 비가 계속 내릴까? 과거 기록을 찾아보면 두달간 계속 비가 온 적은 없다. 하지만 매일 비가 오지 않더라도 장기간 비가 온 경우는 종종 있었다. 2020년 장마가 대표적이다. 많은 전문가의 예상을 뒤엎고, 중부지방에서만 무려 54일간 장마가 이어졌다. 전국적으로 기상관측망이 갖춰진 1973년 이래, 가장 오랫동안 발생한 장마로 기록됐다. 46명의 사망자와 실종자가 발생했으며, 1조원 넘은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그런 장마가 다시 발생하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있을까? 더욱이 올해는 적도 부근 해수가 뜨거워지는 엘니뇨가 빠르게 발달하고 있다. 만약 엘니뇨로 인해 기상이변이 발생한다면, 때 이른 장마 혹은 장기간 장마가 다시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예보의 적중 여부와 상관없이, 마이크로소프트가 일기예보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기예보를 단순한 공공서비스로 보지 않고 상업적 가치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챗지피티처럼 지속해서 인공지능 일기예보가 업그레이드된다면, 현재 10일 내외인 일기예보 한계를 넘어설지 모른다. 수십일 혹은 두달 이후의 날씨를 예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는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시작한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불행에 대한 통찰이 인상적이다. 불행은 매번 다른 이유로 찾아온다. 일기예보도 마찬가지다. 종종 일기예보가 틀릴 때면 그 이유를 찾아본다. 물론 정확한 이유를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틀리는 이유는 매번 다르다는 점이다. 사소한 것 하나를 놓치면, 예보는 빗나가고 만다. 인공지능의 힘을 빌려, 그 한계를 넘어서는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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