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100은 ‘Carbon Free 100%’의 약칭으로 무탄소에너지만을 사용하자는 캠페인이다. 무탄소에너지란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과 청정수소, 탄소 포집·저장(CCS)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태양열이나 풍력, 수력처럼 재생 가능한 천연에너지만을 100% 사용하자는 RE(Renewable Electricity)100과 다르다. RE100은 원전이나 수소를 재생에너지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 캠페인의 국제적 명칭은 ‘24/7 Carbon-Free Energy(CFE)’다. 일주일 24시간 내내 중단없이 무탄소에너지를 사용한다는 뜻이다. CF100은 한국에서만 사용하는 용어다. 작명부터 RE100의 대항마 성격을 띠고 있다. 지난 17일 국내 기업들과 함께 ‘CFE 포럼’을 구성했다고 밝힌 산업통상자원부는 CF100으로 RE100을 대체하겠다는 포부를 감추지 않는다.
100% 무탄소 전력 사용을 처음 선언한 것은 구글이다. 구글은 2018년 발표를 통해 “2017년 연간 전기 소비량의 100%를 재생가능에너지와 일치시킨 최초의 회사가 되었다”며, 다음 목표는 1년 내내 무탄소 에너지만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RE100을 2017년 달성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껴, 24시간 연중무휴로 돌아가는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을 100% 무탄소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계획을 알린 것이다. 구글이 전 세계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하는 전력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도시 전체 사용량의 2배다.
RE100을 회피하려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수단으로 CFE를 제안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RE100은 실제 전력 사용량을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하지 못할 경우,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나 녹색프리미엄 등을 구매해 상쇄할 수 있도록 우회로를 열어 놓았다.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는 재생에너지 발전소에 돈을 주고 사는 탄소배출권 같은 개념이고, 녹색프리미엄은 기존에 내던 전기요금에 재생에너지 투자용 요금을 별도로 내는 것이다. 기업의 부담은 늘어나지만, 그만큼 재생에너지 발전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전기 소비량의 100%를 재생가능에너지와 일치”시켰다는 구글의 발표는 이런 대체 수단을 활용했다는 의미다. 지금 당장 재생에너지 전력만을 사용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무탄소에너지로 폭을 넓혀 2030년까지 화석연료 사용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게 구글의 목표다. 유엔 산하 기구인 유엔에너지 등은 구글의 제안을 기초로 2021년 4월 ‘무탄소에너지 콤팩트’를 출범했으며, 현재 117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RE100에는 407개 기업이 가입한 상태다.
공교롭게도 산업부가 CFE 포럼 출범을 발표하기 며칠 전에 유럽 기업의 RE100 준수 요구로 인해 한국 기업의 수출(납품)이 취소됐다는 기사가 나왔다. 마침내 ‘기후 무역장벽’이라는 성난 얼굴로 나타난 RE100의 예고된 습격에 맞서, 뒤늦게 국제 표준을 바꾸겠다고 나선 한국 정부의 만용이 풍차와 싸우는 돈키호테를 떠올리게 한다. 설령 CF100에 참여하는 기업이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재생에너지 발전에서 압도적으로 앞서가는 유럽연합의 기업들이 RE100을 포기할까? 한편의 씁쓸한 블랙 코미디를 보는 느낌이다.
이재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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