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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미-중 반도체 전쟁, 일본의 어부지리 전략

등록 2023-05-30 15:50수정 2023-05-30 18:31

미-중 `반도체 전쟁'과 일본의 어부지리 전략, 김재욱 화백
미-중 `반도체 전쟁'과 일본의 어부지리 전략, 김재욱 화백

1980년대 세계2위 경제대국 일본은 반도체 산업에서 미국을 압도했다. 전략적 의미가 큰 반도체 산업이 일본에 추격당하자 위기감을 느낀 미국은 반덤핑 소송과 보복관세 부과 등 일본 반도체를 겨냥한 전방위 공세에 나섰다. 1986년 일본은 결국 미국 반도체 수입 확대 등을 규정한 ‘미·일 반도체 협정’을 맺었다. 미국은 이후에도 통상법 301조를 앞세워 일본에 추가 보복조치를 계속했다. 1988년 전세계 반도체의 51%를 생산했던 일본 반도체 산업은 쇠락의 길로 내몰렸다. 미국의 대일 견제 전략 속에서 기회를 잡은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급성장했다. 미국은 한국에 시장과 기술을 제공했다. (크리스 밀러 <칩워>)

이제 ‘미-중 반도체 전쟁’으로 세계 반도체 산업에 다시 지각변동이 일어나자, 일본이 그 틈을 치열하게 파고들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이 중국을 겨냥한 반도체 장비 규제 조처를 발표한 지 한달 뒤, 도요타자동차와 키옥시아, 소니, NTT, 소프트뱅크, NEC, 덴소, 미쓰비시UFJ 등 일본 주요 대기업들이 모여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를 결성했다. 일본 정부는 여기에 700억엔을 지원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해 전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들도 일본 내로 끌어들이고 있다. 구마모토에는 대만의 TSMC가, 히로시마에는 미국의 마이크론이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 삼성전자도 요코하마에 연구개발 시설 건설을 검토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지난 18일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초청으로 한국, 미국, 대만의 반도체 기업 경영진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례적이고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40년 전 일본 반도체 산업을 견제했던 미국이 이제 일본의 가장 강력한 지원군으로 변신했다. 지난 26일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과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미-일이 반도체 분야 기술 협력을 강화하기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인텔과 IBM, 구글 등이 잇따라 일본 반도체 기업, 대학들과 협력을 발표하고 있다. 미국이 자국 영토 내로 반도체 생산 시설을 이전시키는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자, 일본을 아시아 반도체 기지로 삼는 전략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분석(김일혁 KB증권 연구원)도 있다.

일본은 자국의 반도체 소재, 부품, 장비 산업의 우위도 지렛대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일본의 전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점유율은 35%로 미국(40%)에 이은 세계 2위고, 반도체 소재는 55%로 1위다. 일본은 이 ‘반도체 소부장 우위’로 한국에 ‘경제 보복’을 하기도 했다. 오는 7월부터 일본은 중국에 고성능 반도체 제조장비 등의 수출을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 조처가 실제 실행될 경우 중국의 반도체 자립 전략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반도체 전쟁에서 한국 기업들이 ‘양자택일’을 강요받으며 위태로워진 동안, 일본은 어부지리 전략을 치밀하게 추진하고 있다. 미-일 공동성명은 “특정 지역에 (반도체) 공급을 의존”하는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했다. 반도체 생산이 한국과 대만, 중국 등에 집중된 상황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공간에서 일본의 반도체 산업 부활이 급가속하고 있다.

박민희 논설위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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