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저녁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은 혼돈 그 자체였습니다. 경찰은 노숙농성에 나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연행하며 이들을 강제 해산시켰습니다. 몇 년 동안 보지 못한 모습입니다. 혼란 뒤 찾아온 잠깐의 소강상태, 중년의 경찰이 대원들에게 (몸이) 다친 곳이 없는지 묻습니다. 이에 한 대원이 말합니다. “마음이 다쳤습니다” 질문을 건넨 이는 아무런 답을 하지 못합니다. 이들을 걱정하는 건 노동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도 걱정이지만 뒤에 서 있는 경찰들도 걱정입니다.” 단 한 사람의 말에 경찰과 노동자들은 예전과 달라진 마음으로 서로를 마주 봅니다. 알베르 카뮈의 말을 전하며 이 혼돈이 얼른 사라지기를 바라봅니다. ‘증오에 굴복하지 마세요. 아무것도 폭력에 내주지 마세요.’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