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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프라이드 먼스’에 등장한 “성다수자 권익” [유레카]

등록 2023-06-18 17:59수정 2023-06-19 02:38

해마다 6월이 되면 세계 각지에서 ‘프라이드 먼스’(pride month: 성소수자 인권의 달)를 기념하는 행사가 열린다. 성소수자들과 이들과 연대하고 지지하는 ‘앨라이’들이 한데 모여 자긍심을 높이는 자리다.

프라이드 먼스는 1969년 6월28일 새벽 미국 뉴욕 ‘스톤월 인’ 주점에서 성소수자들이 경찰 폭력에 집단적으로 맞선 이른바 ‘스톤월 항쟁’을 기념하기 위해 시작됐다. 당시 미국에서 동성애는 정신질환으로 치부됐고, 대부분의 지역에서 불법으로 간주했다. 뉴욕주에선 공공시설에서 성소수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가 법적으로 금지돼, 마피아가 불법으로 운영하던 ‘스톤월 인’ 정도가 이들이 모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장소였다. 그나마 잦은 경찰의 급습과 뇌물 상납, 일부 체포가 반복되는 것이 일상적인 모습이었다고 한다. 다만 1969년 6월28일 새벽에는 다른 양상이 전개됐다. 손님 한 명이 경찰 단속에 격렬히 저항하자, 주변에 있던 이들도 하이힐과 술병, 보도블록 조각 등을 경찰에게 던지며 강력히 맞섰다. 이는 7월3일까지 수천명이 함께하는 대규모 시위로 확산됐다. 성소수자들이 미국 사회의 억압과 폭력에 공개적으로 저항한 상징적 사건이다.

이듬해 스톤월 항쟁 1주년을 기념한 ‘프라이드 퍼레이드’가 시작됐고, 이후 세계 곳곳에선 매년 6월을 ‘프라이드 먼스’로 기리며 성소수자들의 축제가 열린다. 한국에선 2000년 서울 대학로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처음 열린 이래, 지난해까지 전국 9곳에서 개최됐다.

지난 17일 대구에서 열린 ‘제15회 동성로 퀴어축제’를 앞두고, 집회를 보장하려는 경찰과 이에 반대하는 공무원이 대치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그간 홍준표 대구시장은 “대구 상징인 동성로 상권의 이미지를 흐리게 하고 청소년들에게 잘못된 성문화를 심어줄 수 있다” “시민들에게 혐오감을 주는 퀴어 축제는 안 했으면 한다”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법원이 대구기독교총연합회 등이 낸 퀴어축제 집회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자 “1%도 안 되는 성소수자의 권익만 중요하고 99%의 성다수자의 권익은 중요하지 않으냐”고도 했다. 수적 우위를 내세워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시민을 ‘소수자’와 ‘다수자’로 갈라치기 해 소수자 혐오를 조장하는 행태다. 한국의 ‘프라이드 먼스’에 벌어진 퇴행적 풍경이다.

최혜정 논설위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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