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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시진핑, 머스크 아닌 게이츠와 독대한 까닭은

등록 2023-06-19 14:43수정 2023-06-19 18:32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김재욱 화백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김재욱 화백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하기 직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를 16일 베이징에서 만났다. 시 주석이 외국 기업인을 단독으로 만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인데, 게이츠에게 “올해 베이징에서 만난 첫 미국 친구”라고 특별히 강조하며 환대해 더욱 눈길을 끌었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와는 만나지 않은 시 주석이 게이츠와는 독대한 이유도 주목할 만하다. 머스크는 상하이에 대규모 테슬라 전기차 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제로 코로나’ 정책이나 대만 문제 등에서도 중국 정부의 정책을 지지하는 발언을 계속해왔다. 머스크가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중국을 방문했을 때, 딩쉐샹 부총리를 비롯해 외교·산업·상무 장관들을 잇따라 만났지만, 시진핑 주석과의 만남은 없었다.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 월스트리트 금융 자본을 대표하는 JP 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 등이 최근 잇따라 중국을 방문했지만 시진핑 주석을 만난 것은 빌 게이츠가 유일하다.

게이츠가 1990년대부터 중국과 사업을 해온 ‘오랜 친구’(老朋友)이기도 하지만, 중국의 전략적 계산도 읽을 수 있다. 미국 정부의 ‘대중국 첨단기술 포위망’을 돌파하기 위해 미국 기업들을 불러들이고 있는 시진핑 주석이 특히 인공지능(AI)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기차와 배터리는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앞서고 있기 때문에 테슬라의 기술은 절실하지 않다. 하지만, 게이츠가 투자해 개발한 챗GPT 등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중국의 미래 산업과 군사력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대만 통일’을 중국몽의 핵심으로 강조해온 시 주석이 머스크가 운영하는 위성 인터넷망 스타링크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점도 원인이라고 중국의 전문가들은 말한다.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상황을 주시하면서 대만에서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경우에 대비한 연구를 해왔다. 특히, 러시아가 침공 초기 우크라이나의 인터넷망을 파괴해 신속한 승리를 거둘 것으로 보였지만, 스타링크의 위성 인터넷망을 활용한 우크라이나가 전장과 여론전에서 선전하는 점을 주목했다. 스타링크 같은 위성 인터넷망이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작전이나 봉쇄 전략에 중요한 장애물이 될 것으로 경계하는 중국 인민해방군은 ‘GW'라는 코드명으로 자체 위성 인터넷망 구축에 나섰고, 고도 700㎞에 위성들을 쏘아 올려 고도 약 550㎞에서 작동하는 스타링크 위성들의 작동을 유사시에 차단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최근 보도했다.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방중으로 미-중은 ‘갈등 속 대화’의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지만, 대만과 첨단기술 경쟁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한 불신과 긴장과 경쟁은 계속될 것이다. 게이츠나 머스크 같은 빅테크 기업가들은 미-중 경쟁 속에서 최대한의 이익을 확보하려 하고 있으며, 기술과 네트워크를 장악한 그들의 ‘선택’은 국제질서의 미래를 바꿀 수도 있다.

박민희 논설위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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