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군과 외교 당국이 ‘부패, 스파이, 불륜 스캔들’로 어수선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31일 로켓군 사령관과 정치위원을 교체했다. 로켓군의 전·현직 최고위 장성들이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거나 자살했다는 소문이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리위차오 사령관과 쉬중보 정치위원 등 10여명의 로켓군 고위 장성들이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7월 초 숨진 우궈화 전 로켓군 부사령관의 사인이 ‘자살’이라는 소문도 무성하다.
제2포병 부대에서 2015년 이름을 바꾼 로켓군은 핵무기와 미사일 운용을 담당하고 있으며, 시 주석의 ‘강군몽’의 핵심이다. 중국은 최근 미국과의 대결 속에서 핵 탄두를 급속도로 증강하고 있다. 그런 주요 부대가 숙청에 휘말린 이유를 중국 당국은 전혀 공개하지 않는다. 로켓군 지도부가 무기 조달 과정에서 뇌물 수수 등 부패를 저질렀다는 해석과, 미국에 기밀을 유출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분분하다.
무엇이 빌미가 되었든, 시 주석이 로켓군의 불충성을 우려한다는 신호가 있다. 새로 임명된 왕허우빈 사령관은 해군 출신, 쉬시성 정치위원은 공군 출신으로 로켓군 경험이 전혀 없다. 로켓군 내부에 만들어진 파벌이 시 주석의 명령에 제대로 복종하지 않는다는 우려 때문에, 이를 깨기 위해 로켓군과 무관한 인사를 임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6월24일 러시아에서 프리고진이 이끈 바그너 그룹 반란이 일어났을 때, 중국에선 인민해방군이 ‘당의 군대냐 국가의 군대냐’의 논쟁이 뜨거웠다. 러시아처럼 중국 군 내에서도 균열이 일어날 수 있다는 시 주석의 불안도 깊어졌을 것이다. 시 주석은 7월 ‘전군 당 건설 회의’에서 “군대에 대한 당의 절대적인 지도력을 강화하는 문제”를 강조했다.
모든 정적을 제거하고 3연임을 강행하며 절대 권력을 장악한 시 주석은 왜 군 내부의 파벌을 두려워할까. ‘1인 절대권력’ 체제에서 시 주석의 오판이 중국 전체를 잘못된 방향으로 끌고갈 리스크가 커졌고, 그에 대한 원망도 시 주석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시 주석이 3연임 장기집권을 시작하자마자 코로나19 봉쇄에 항의하는 ‘백지시위’가 벌어졌고, 심각한 청년실업과 경제 둔화, 미국과의 관계 악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한 부작용 등의 문제가 누적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관례를 깨고 발탁해 초고속 승진시켰던 친강 중국 전 외교부장이 ‘혼외자 출산설’ ‘기밀 유출설’ 속에 7개월 만에 해임된 것도 시 주석의 판단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은 장기집권의 정당성을 증명할 ‘대만 문제 해결’, 그것을 뒷받침할 군의 일사불란한 충성이 더욱 절실하다. 주기적인 반부패 캠페인으로 군의 충성을 다잡아야 한다. 절대권력의 불안한 그림자가 어르거린다.
박민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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