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팁’(tip)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에게 자발적으로 주는 추가 금액을 말한다. 팁의 기원에는 여러가지 설이 있다. 중세에 농노가 뛰어난 성과를 내면 추가 수당을 주던 관습에서 비롯됐다는 설도 있고, 유럽 귀족들이 별장이나 남의 집에 머물 때 하인에게 수고비를 주던 관행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이것이 근대 상업시설로 옮겨가 종업원이나 웨이터에게 팁을 주는 문화로 정착됐다는 설명이다. 시작이야 어찌 됐든 결국 사회·경제적으로 상위에 있는 사람이 하위에 있는 사람에게 금전적 대가를 지급한다는 점에서 팁에는 ‘봉건적 계급 질서’가 깔려 있는 셈이다.
미국, 캐나다, 유럽 등을 여행할 때(특히 ‘패키지여행’) “식당·호텔·택시 이용 시, 팁을 주기 위한 소액의 화폐를 준비하라”는 가이드의 조언을 받아본 적이 있을 터다. 그런 조언 뒤엔 항상 “서구의 문화”라는 설명이 뒤따르고, “얼마를, 어떻게 주면 되냐”는 물음엔 “적당히” “알아서”라는 애매한 답변이 돌아온다.
팁이 문화로 굳어진 미국에서도 팁에 대한 불만이 들끓고 있다고 한다. 음식값의 10~15% 수준이던 팁이 코로나19 대유행 사태 이후 20%를 넘어서고, 계산서에 합산돼 청구되는 경우가 늘면서 ‘팁플레이션’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선의였던 팁이 강제가 됐다”는 한탄도 나온다고 한다.
최근 한국에서도 택시 호출 플랫폼인 카카오티(T)가 기사에게 팁을 줄 수 있는 기능을 시범 도입하면서 논란이 벌어졌다. 택시 호출 서비스를 이용한 뒤 최고점인 별점 5점을 남긴 경우, 팁 지불 창이 뜨고 승객이 1천원, 1500원, 2천원 가운데 금액을 고를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쪽은 “선택 사항일 뿐”이라지만 “택시비도 비싼데 팁까지 내라는 거냐”는 원성이 쏟아졌다. 실제로 오픈서베이가 20~50대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7명이 팁 기능 도입에 반대 입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은 과거엔 내지 않았지만 이젠 당연시되는 ‘배달비’처럼 팁 또한 추가 비용으로 굳어질 것을 걱정한다. 미국처럼 팁을 전제로 서비스 종사자의 임금 수준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무엇보다 한국인의 정서상 감사와 호의마저 ‘돈’으로 환산해 지불하라는 요구도 마뜩지 않을뿐더러 불황 속 가벼워진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면 더더욱 마음이 무거워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유선희 경제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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