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이 막을 내렸다. 대회의 영문 명칭은 ‘2022 항저우 아시안패러게임’이다. 패러(para)라는 표현에는, ‘장애’뿐 아니라 그리스어 어원인 ‘가까이’와 ‘나란히’ 등 적극적인 의미가 들어가 있어 더 눈길을 끈다.
장애인 스포츠는 2차 대전 뒤인 1948년 영국의 스토크맨더빌 병원이 주도한 척수장애(paraplegia) 군인들을 위한 체육대회가 시발점이 됐다. 군인 재활을 위한 영국 스토크맨더빌 병원 대회의 참가국은 해마다 늘어났고, 1960년 ‘9회 스토크맨더빌 국제대회’가 로마올림픽 직후 로마에서 열리면서 ‘1회 패럴림픽’이라는 명칭을 사후에 얻게 됐다.
1988 서울패럴림픽은 패럴림픽이 올림픽과 ‘평행’(parallel)하게 치러지는 틀을 갖춘 전환점이 됐고, 아시안게임에서는 2010년 광저우대회부터 패러게임이 열리고 있다.
시작은 미미했지만 장애인 국제대회는 메가 스포츠 이벤트가 됐다. 항저우 아시안패러게임에는 44개국의 선수 3020명이 참가했고, 한국은 21개 종목에 선수 208명이 나갔다. 지자체가 중심이 돼 팀을 유지하고, 장애인컬링 등 일부에서 국내 리그가 활성화하면서 선수들이 편하게 운동할 수 있는 기반이 강화되고 있다.
패러스포츠는 장애인만의 경기가 아니다. 이번 아시안패러게임 탠덤 사이클 3관왕에 오른 시각장애인 김정빈은 앞에서 방향을 잡아준 비장애인 윤중헌과 함께 페달을 밟았다. 시각장애 달리기 선수에겐 가이드 러너가, 중증 보치아 선수에겐 홈통을 조정해줄 보조원이 있다. 경추장애 사격선수에게는 실탄을 장전해주는 로더가 필요하다. 비장애인은 선수가 아닌 임직원으로 동행해 한마음으로 힘을 보탰다.
윤지운 한체대 교수 등은 2016년 ‘신문기사에 나타난 장애인스포츠에 대한 인식’ 빅데이터 분석에서 감동, 도전, 축제, 꿈, 희망을 핵심어로 제시했다. 아시안패러게임 슬로건은 ‘마음이 통하면, 미래가 열린다’였다.
아시안패러게임이나 패럴림픽은 소수의 전문체육 선수를 위한 행사다. 하지만 이런 계기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소통 가능성은 커진다. 선수가 아닌 장애인들이 일상에서 스포츠를 ‘가깝게’ 즐길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일은 더 중요한 과제다.
김창금 스포츠팀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