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사회적자본지원센터 전경. 대전시사회적자본지원센터 제공
[전국 프리즘] 최예린ㅣ전국부 기자
“대전시는 센터 폐쇄 뒤 지역 공동체 지원 사업을 어찌할지 계획을 전혀 하고 있지 않아요. 그게 가장 큰 걱정입니다.”
지난 6일 만난 대전시사회적자본지원센터 직원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대전시가 지난달 18일 ‘센터를 올해 12월31일까지만 운영한 뒤 폐쇄한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문 닫을 위기에 놓인 사회적자본지원센터는 2013년 10월 설립된 대전시의 공동체 중간지원 조직이다. ‘대전시 사회적자본 확충 조례’를 근거로 마을공동체 활성화 사업 지원과 마을활동가 교육, 마을계획 수립, 시민공유공간 확충·지원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논란은 지난해 시작됐다. 대전시는 지난해 말 사회적자본지원센터 수탁기관을 변경하면서 위탁 기간을 3년에서 1년으로 줄였다. 바뀐 수탁기관도 다회용기를 대여하고 빵·장을 제조하는 단체로 사회적자본이나 공동체 지원과는 관련 없는 곳이었다. 이때부터 “폐지할 것을 생각하고 부적격 단체를 수탁기관으로 선정한 뒤 1년 유예를 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새 수탁기관 소속으로 바뀐 직원들은 걱정 속에서도 전보다 더 열심히 일했다고 한다. 대전시가 별말 없는 상황에서 ‘설마 공동체 지원 조직을 아예 없애기야 할까?’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주변의 걱정은 현실이 됐다. 대전시 관계자는 정식 폐쇄 통보를 하기 전 지난달 초 직원들에게 구두로 시의 결정을 알렸다. 사실 대전시는 지난해 위탁 기간을 3년에서 1년으로 줄일 때부터 ‘센터 폐쇄’ 방침을 정해둔 상태였다. 갑작스러운 폐쇄 통보에 놀란 직원들은 지난달 11일 대전시에 노정간담회를 요구했다. 간담회에서 대전시 관계자는 “사회적자본지원센터의 사업이 자치구 업무와 중복되고, 마을공동체 공유공간들도 설치가 끝났다”며 이미 결정된 사안이라고 했다. “센터 지속 필요성이 없다”는 말을 반복하면서도 그렇게 판단한 구체적 근거나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는 시의 태도를 보면서 직원들은 절망했다고 한다.
직원들은 절차적인 문제도 지적했다. 대전시 사회적자본 확충 조례에 따르면, 대전시장은 사회적자본지원센터의 설치·운영, 위탁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 또는 자문하기 위한 사회적자본확충지원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대전시는 사회적자본지원센터 운영·위탁 종료를 결정하면서 위원회를 열지 않았다. 대전시는 “이미 대전시 내부 논의를 거쳐 센터 폐쇄를 결정했기 때문에 위원회 심의 사항은 아니”라며 ‘우리가 결정하면 끝’이라는 식의 논리를 펼쳤다.
당장 일자리를 잃게 된 상황이지만, 직원들은 센터 폐쇄와 함께 그동안 힘들게 쌓아온 대전의 사회적자본 저변이 무너지는 점을 더 우려했다. 실제 대전시는 센터 폐쇄 뒤 공동체 활성화·지원 업무를 어떻게 할지 어떤 계획도 세우고 있지 않다. 센터 직원들은 “지속적인 지역 공동체 활성화와 주민자치 강화를 위한 정책적 대안과 예산을 수립하라”고 대전시에 가장 먼저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이장우 시장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임 시장 시절 활성화한 사회적자본지원센터를 진보진영의 지지기반을 확산하는 조직으로 여긴다는 소문(?)에 대해 직원들은 실제 현장을 모르는 것이라 단호하게 말했다. “마을활동가들을 만나보면 다양한 정치적 성향을 갖고 있다. 마을에서 회의할 때 정치적인 의견이 달라 부딪히는 일도 있지만, 정치적인 성향과 상관없이 마을을 위하는 마음은 모두 진심이라고 느낀다. 우리도 절대 정치적으로 일하지 않았다”며 직원들은 입을 모았다.
직원들은 지금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싸우는 사자들’이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그들은 대전시의 ‘일방적인’ 태도에 가장 분노하고 있다.
“대전시는 센터 폐쇄를 결정하기 전 직원뿐 아니라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마을에서 활동하고 있는 주민들 의견을 들어야 했어요. 센터를 없앤 뒤 계획도 전혀 없어요. 저희가 가장 화나고, 싸울 수밖에 없는 이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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