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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풍선껌도 15분은 씹고 불어야

등록 2023-11-07 14:54수정 2023-11-13 14:08

멕시코 대통령을 지내기도 한 산타 아나 장군은 74살 때인 1869년, 미국 뉴욕의 스태튼섬으로 옮겨 살았다. 이때 그는 멕시코 정글에서 자라는 사포딜라 나무 수액을 말린 치클을 한 덩어리 갖고 가서 즐겨 씹었다. 섬의 사진사였던 토머스 애덤스는 1871년 이 치클에 감미료를 첨가해 동그란 사탕 모양으로 만들어 팔았다. 불티나게 팔린 이 치클볼이 오늘날 씹는 껌의 원조다. 껌은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미군을 따라 세계에 퍼졌다. 1940년대 이후엔 치클 대신 초산비닐수지로 만든다.

풍선껌은 플리어 형제의 회사에서 일하던 회계원 월터 디머가 1928년 실험 중 우연히 발견해, ‘더블 버블’이란 이름으로 세상에 나왔다. 분홍 색소를 쓴 풍선껌은 조금 비쌌다. 일본에서 껌 제조업을 시작한 신격호 롯데 창업자가 1967년 우리나라에 진출할 때 롯데 바둑껌을 한통에 1원50전에 팔았는데 풍선껌은 3~5원이었다는 기록이 있다.

풍선껌엔 ‘부는 맛’이 있다.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는 2012년 기존 풍선껌보다 20% 이상 크게 불 수 있는 새 ‘왓따!’ 껌을 출시했다. 그해 상당한 상금을 내걸고 ‘풍선껌 크게 불기 챔피언십’ 행사를 열었다. 2015년까지 네차례 열었다. 올해 롯데는 “껌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총 2천만원의 상금을 내걸고 8년 만에 대회를 부활했다.

풍선껌은 계속 불다 보면 터진다. 그래서 선거를 앞두고 하는 정치인들의 허망한 약속을 풍선껌에 비유하기도 한다. 요즘 여당인 국민의힘이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 추진을 당론으로 채택한 것을 두고 논란이 많다. 김포시와 서울 주변 도시 주민의 가슴에 바람을 불어넣어 내년 4월 총선에서 표를 얻고자 급조한 ‘풍선껌 공약’ 아니냐는 것이다. 국민의힘 소속 유정복 인천시장은 6일 “실현 불가능한 허상이자 국민 혼란만 일으키는 정치 쇼”라고 비판했다.

롯데가 주최한 네차례 대회에서 가장 크게 풍선을 분 기록은 3회 대회 때 나온 지름 33.5㎝였다. 기네스북 기록은 미국인 채드 펠이 2004년 4월 껌 3개를 한꺼번에 씹어 만든 지름 50.8㎝짜리다. 그는 풍선을 크게 불려면 “먼저 15분 이상 충분히 씹으라”고 충고했다. 풍선껌의 풍선도 급조한 것은 금방 터져버린다는 것이다.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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