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 개편안을 논의하기 위한 국회 전원위원회가 지난 4월10일 오후 국회에서 나흘 일정으로 개최돼 여야 의원들이 난상토론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서복경│더가능연구소 대표
11월15일에는 30여명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22일에는 국회의원 53명이 ‘위성정당 금지법’ 당론 추진을 촉구했다. 현재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선거법 개정 논의가 ‘위성정당 창당 가능성’을 핑계로 연동형 비례제 포기로 귀결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이들은 더불어민주당이 여러 선거에 걸쳐 공약했던 약속을 지키는 것에서부터 정치개혁을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한편 같은 날, 민주연구원 부원장 출신 최병천씨는 한 유튜브 방송에서 이들을 ‘미련파’라고 명명했다. 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현행 제도로 22대 총선을 치르면 국민의힘에 비해 더불어민주당의 의석 손실이 분명해지는 현실을 외면하고 과거의 명분에 미련을 갖는 미련파’라는 것이다. 여러분은 이 두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선거제도는 정해진 임기 동안 정치적 결정을 담당할 사람을 선택하는 규칙이다. 누가 선택되는가에 따라 4년 동안 우리 사회 총자원의 배분이 달라진다. 여기서 총자원이란, 5100만여명 전체 국민, 2500만여명 일하는 사람들, 673만여개 사업체, 1조6700억달러 규모 국내총생산(GDP), 650조원 넘는 국가재정 등을 말한다. 일하는 사람들이 지금 하는 일을 계속해야 하는지 아니면 다른 직종으로 바꿔야 하는지, 공부하는 사람들은 어떤 분야를 전공해야 하는지, 기업은 어떤 분야에 투자해야 하는지, 정부재정은 어느 분야에 더 많이 쓰여야 하고 덜 쓰여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일이 정치다.
며칠 전 환경부가 1년간 계도기간을 거쳐 시행을 앞두었던 ‘1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을 철회했다. 이 결정은 제도 시행을 예상하고 다회용기, 종이빨대 생산 등에 투자했던 기업체와 그 업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대신, 사라질 준비를 하던 플라스틱 컵, 플라스틱 빨대 생산업체에 예기치 않았던 이득을 안겨준다. 매년 있는 정부의 예산안 제출, 국회의 예산심의는 650조원 넘는 국가재정의 배분을 결정짓는다. 올해처럼 정부가 온갖 복지재정을 대폭 깎은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정부 도움을 받던 사람들의 생계에 타격이 가는 것을 넘어, 복지 분야에서 일하는 기업들이 문 닫고 그 업체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사라진다.
2024년 이후 4년, 대한민국의 총자원은 어디에 어떻게 배분되어야 할까? 나는 기후재난에 대비하고 에너지 전환을 본격화하며,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시장의 불평등을 완화하고,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대한민국의 사회보장 시스템을 전면 재정비하는 데 집중 배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점점 더 줄어드는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학교 시스템도 바꿔야 하고, 고령자로 가득 찬 농촌지역의 기후재난 대비 정책에 더 많은 자원이 투자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세계가 각자도생의 시대에 접어들어 누구도 전쟁의 위협에서 안전하지 않은 지금, 한반도 평화를 위해 많은 노력이 투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290석을 가지는 국회를 바라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은 4년 전 왜 위성정당을 만들었을까?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만들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동의하지 않는다. 그 선거법, 그 당이 주도한 것이다. 나는 더불어민주당이 ‘내가 몽땅 다 차지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더불어민주당이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을 임기 내내 외면하다가 임기 말이 되어서야 숨차게 추진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180석의 안락함에 안주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 둘은 별개가 아니다. ‘무엇을 위해’ 다수의석이 필요했던 게 아니라 그저 다수 제1당이 되는 게 목표였기 때문에 선거가 끝나고 우왕좌왕했던 거다. 지금 더불어민주당은 왜 다수의석을 원하는가? 윤석열 정부 견제를 위해서? 그런데 윤 정부 견제 방법은 100만가지다. 나 혼자만의 거대한 외발로 감당할 수 없는 국회를 운영했던 경험은 한번으로 족하지 않은가? 지금은 온갖 정치적 상상력과 다양한 경험을 가진 정치인들의 모든 자원을 국회로 끌어들일 때다. 1970년대 보수와 2023년 보수의 분리는 덤이다. 정치는 주어진 조건 안에서 두들기는 계산이 아니라, 조건을 바꾸기 위해 현실에 없는 것을 만드는 일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일개 정당의 욕심을 넘어, 시스템 형성자가 될 수 있을 때 우리 정치도 한발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