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단독] 얼어붙은 서울의봄…사형수 김대중 ‘인터넷’을 내다봤다

등록 2023-12-01 16:34수정 2023-12-02 19:57

1981년 ‘사형수’ 김대중
중정 수사관과 대화 첫 공개

영화 ‘길위에 김대중’. 명필름 제공
영화 ‘길위에 김대중’. 명필름 제공

김대중 대통령이 신군부가 장악한 군사법원에서 사형 선고를 받고 복역 중이던 1981년 1월 중앙정보부 조사실에서 수사관에게 인터넷과 정보화의 중요성에 관해 발언하는 영상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한겨레가 1일 김대중평화센터로부터 입수한 이 영상을 보면, 1990년대말 디제이(DJ) 정부가 추진한 전자정부 정책을 김 전 대통령 스스로 예고했던 듯 하다.

1979년 10월26일 박정희 대통령 사망과 함께 열린 ‘서울의 봄’은 전두환 신군부의 12·12 반란과 1980년 5·17 쿠데타(비상계엄 전국 확대)로 일시에 얼어붙는다. 신군부 세력은 그때 김대중 대통령이 북한 사주를 받아 5·18 민주화운동을 배후 조종했다는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을 조작·발표했고, 김 대통령은 군사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육군교도소에 수감된다. 대법의 확정 판결(1981년 1월23일)만 앞둔 시점이었다. 이번에 공개된 영상은 사형수 김대중이 1981년 1월17일 남산 중앙정보부로 추정되는 장소에서 조사를 받던 도중,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수사관 최아무개씨와 비교적 자유롭게 대화하는 모습이 담긴 것이다.

 

포털 환경상 영상이 보이지 않는 경우, 한겨레 사이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118751.html

8분50초 분량의 영상에서 김 대통령은 마치 강연하듯 정보화와 동북아 정세에 관해 자신의 생각을 중정 수사관에게 밝힌다. 1980년대 초반만 해도 인터넷은 물론이고 ‘컴퓨터’란 용어 자체가 일반에겐 생소할 때였다. 개인용 컴퓨터의 연간 판매대수가 500대에 미치지 못할 정도였다. 컴퓨터 통신망이 처음 열린 게 1982년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와 구미의 한국전자기술연구소 사이에 전용선이 연결되면서부터다.

그런데 1981년 중정 수사관과의 대화를 보면, 김 대통령은 세계가 정보화 시대로 갈 것이고 우리나라도 여기에 뒤쳐져선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1998년 집권 이후 이룬 초고속통신망 대중화와 전자정부 성공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엿볼 수 있다. 북한과 중국·소련과의 관계를 보는 시각도 예리하다. 대통령의 통찰력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김대중 대통령이 신군부가 장악한 군사법원에서 사형 선고를 받고 복역 중이던 1981년 1월 중앙정보부 조사실에서 수사관에게 인터넷과 정보화의 중요성에 관해 발언하는 영상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한겨레 영상 갈무리.  김대중평화센터 제공
김대중 대통령이 신군부가 장악한 군사법원에서 사형 선고를 받고 복역 중이던 1981년 1월 중앙정보부 조사실에서 수사관에게 인터넷과 정보화의 중요성에 관해 발언하는 영상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한겨레 영상 갈무리.  김대중평화센터 제공

한편, 내년 김대중 탄생 백주년을 맞아 1월3일엔 다큐멘터리 ‘길위에 김대중’이 개봉할 예정이다. 김대중평화센터가 기획하고 민환기 감독이 연출, 명필름과 시네마6411이 제작한 이 영화는 청년 사업가 출신의 김대중이 갖은 고초를 겪으며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과정과 1987년 대선 후보로 나서기까지의 스토리를 담았다. 제작사는 상영관 확보를 위해 11월 한달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는데 7139명이 참여해 목표액인 5천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4억2611만163원을 모았다고 밝혔다.

1981년 1월17일 중앙정보부에서 조사받는 사형수 김대중의 발언(전문)

“인류 역사 시작된 이래 최근 한 50년 같이 과학이 발전한 때는 없다는 거 아닙니까? 이 50년의 과학의 발달은 과거 500년에 해당하는, 그거 갖고도 안 되는 정도라는데, 지금 제2 산업혁명이 전자 혁명입니다. 그런데 이제 특히 우리나라에서 전자계산기라고 그러는데 이제는 전자 전기기(컴퓨터를 지칭하는 듯)라고 그러죠. 왜 그러냐면 계산만 하는 게 아니라 지금 미국에서는 벌써 이제 전자본부 기계 같은 거는요, 그 본부 센터에 세계 전 도서관에 있는 지식 양의 개수가 14억개랍니다. 약 14억개, 추산해서 14억개인데 가령 세종대왕 얘기부터 무슨 이순신 장군 얘기 전부 다 합쳐서 마호메트 얘기부터 아프리카 얘기까지 다 해서 약 14억개의 지식의 개수래요.

그런데 지금 전자기기에는요, 12억 개까지가 들어가요, 한 개에. 그래가지고 그놈이 말로 물으면 말로 대답하고 글자로 물으면 글자로 대답하고. 그러니까 학자들이 무슨 연구하는데 책 찾고 도서관 가고 할 필요가 없게 돼요.

그런데 이제 조금만 있으면 어떻게 되냐면 가정마다 텔레비전 세트 같이 그런 세트(컴퓨터 지칭)를 넣어가지고, 본부가 있어요, 전화국 본부가 있듯이, 있어 가지고 여기서 그 세트 앞에서 세종대왕이 몇 해 돌아가셨지 그러면 거기서 몇 해요 하고 대답해 준대요. 이런 시대가 돼요. 그렇게 하기 때문에 이게 지금 미국하고 소련하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어요. 유럽은 훅 처지고 있고 지금 일본은 따라가려고 하고 있고, 그렇게 되면요 산업 발전 기술 뭐 하는데 가령 기술자가 뭐 하려면 뭐 계산하고 그런 거 찾고 해야지 않습니까, 그게 필요가 없으니까 하나 연구하는 데 1년 걸릴 거 3개월에 해버리고 1개월에 해버려요.

그런데 이제 미국은 고도 공업 국가라 하거든요, 산업 국가로부터 고도 공업 국가라고. 이제 그렇게 되면 미국이 곧 일주일에 사흘 일하고 나흘 노는 시대가 와요, 토요일 일요일 노는 회사 있고 사흘 노는 회사도 상당히 있어요. 왜 그러냐면 생산 동력이 높아지니까 많이 일할 필요가 없어요. 임금은 똑같이 받죠. 그러니까 공휴일 국경일 이런 거까지 있지 않습니까 이런 거까지 다 넣으면 1년에 약 6할을 놀아요.

인간의 문제는, 이제 인간이 비로소 노동을 하기 시작했는데 노동을 1차로 바치던 시대가 지나가고 있어요. 그러면 이제 인간은 여가를 어떻게 하느냐 하는 시대가 되는데, 그러니까 이제 인류가 하나의 위기죠, 여가를 타락된 낭비된 그런 방향으로 가느냐 아니면 정신적 향상을 가져오는 그런 방향으로 가느냐, 이것이 이제부터 인류 앞에 주어진 과제에요. 그게 미국 얘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 얘기예요. 우리도 그 전자, 그 영향을 받게 되고 빨리 그런 전자 그것을 도입해야 되고 우리도 그것을 개량할 수 있는 기술을 가져야 해요.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이 미국에 가서 많이 공부하고 있잖아요, 그들을 끌어오고 하면 우리도 미국과 동시에는 못 하더라도 한 10년 차이를 놓고 따라갈 수가 있어요.

그럴려면 우리나라 정치가 안정이 돼야 돼. 거기다가 내가 볼 때는 지금 현행으로 미-일-중 삼국 관계가 성립이 됐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김일성이는 절대로 친중국은 할 수 있어도 친소련은 못한다고 나는 봐요. 우리 집에 오는 소련 문제 중국 문제 전문가들, 외국 사람들과 많이 얘기해 봤는데 동감이에요, 그래서 국경선 하나만 봐도 뭐 할 수가 없어요. 이북 국경은 중국과 접촉하지 소련하고 접촉하지 않지 않습니까? 그런 데다가 만일 북한이 친소 국가가 되면 이 서해안에 소련 함대가 들어왔다고 가정합시다, 천진(톈진) 북경이 바로 소련 대포 앞에 서고 만주가 중국의 산업 심장부인데, 심장부가 북쪽 서안 국경으로부터 남쪽 대련(다렌) 여순에, 소련에 황해로부터 이렇게 포위하면 이렇게 개고리마냥 몸을 할 수가 있어요. 그러니까 김일성이 친소가 된다고 하면 중국이 이북에 침입해 들어와요.

월남이 친소 국가 되니까 중국이 쳐들어가지 않았습니까? 월남은 변경이거든요. 중국으로 봐서는 변경에 쳐들어갔어요. 월남은 언젠가 중국한테 당해요. 시간 문제예요. 절대 그대로 두지 않아요. 천년 전에도 받지 않았습니까? 중국 지배를. 한무제가 들어갔어요, 월남을. 한무제가 기원전 100년대 사람인데 지금부터 2100년 전에 들어가기 시작한 거예요. 반드시 중국한테 당해요, 그런데 그런 변경도 친소 관계면 그대로 안 두는데 하물며 김일성이 같이, 그렇기에 우리는 안정이 딱 돼서 김일성이가 도저히 여기를 넘나볼 수 없게 안정시켜 버리면, 중국은 설득력에 의해서 김일성이가 우리하고 평화 공존으로 안 나설 수가 없게 돼요. 그럼 우리 안보는 반석으로 들어가요.

(수사관의 발언)

그게 믿기 어려운 얘기입니다. 믿기 어려운 얘기고, 소련이 말하자면 이북에 이제 수송물자를 가져오는데, 출입하는데 편의 마련한다, 이게 믿기 어려운 겁니다. 믿기 어렵고 그리고 내가 얘기 들어보니까 김일성부터 그쪽 감정이, 이북 문제 전문가들, 미국에서 갔다 온 코엔 교수라든가 이런 사람들한테도 들어보고 그랬는데, 중국에 대해서보다 소련에 대해서 참 나쁘답니다. 사람 양심은 똑같아요. 해방으로 이쁘게 생각하다, 물건 철거해 가지 않았어요? 기계 같은 거. 그걸 지금도 말한대요. 모두 가져가지 않았습니까? 그걸 지금도 말한대요. 나쁜 놈들, 약소민족 해방한다고 하고는, 더구나 같은 독립국가한테 가져갔다, 그걸 지금도 얘기하고 6.25 때 무기 대줘놓고, 지들 위해서 전쟁했는데 우리 보고 무기 값을 내라고 하고. 그리고 지금 제일 불만은 소련 제품이 전부 나빠요. 질이 나빠요. 국제 가격은, 어떤 데는 국제가보다 더 비싸게 팔아먹는대요. 근데 김일성은 거기서밖에 가져올 데가 없으니까 가져오면서, 그게 참 감정이 나빠요. 그래도 중공에 대해서는 6.25 때 그렇게 와서, 100만이 와가지고 우리가 다 압록강까지 밀렸을 때 살려주었다 하는 의리를 느끼고, 이 동양 사람들의 의리관, 이건 공산주의라도 할 수 없는 거예요. 그 체질을 바꿀 수가 없어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수감됐던 청주교도소 병사 7호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수감됐던 청주교도소 병사 7호실.

박찬수 대기자 pc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사설] ‘김건희’ 위해 “돌 맞고 가겠다”는 윤 대통령 1.

[사설] ‘김건희’ 위해 “돌 맞고 가겠다”는 윤 대통령

김 여사가 대통령 같은 나라 [뉴스룸에서] 2.

김 여사가 대통령 같은 나라 [뉴스룸에서]

한동훈은 왜 ‘특검’ 아닌 ‘특감’ 꺼냈을까? [10월25일 뉴스뷰리핑] 3.

한동훈은 왜 ‘특검’ 아닌 ‘특감’ 꺼냈을까? [10월25일 뉴스뷰리핑]

윤 대통령의 ‘부하’를 자처하는 최재해 감사원장[아침햇발] 4.

윤 대통령의 ‘부하’를 자처하는 최재해 감사원장[아침햇발]

[사설]‘해병대’ 수사 방해하려고 공수처 인사 질질 끄나 5.

[사설]‘해병대’ 수사 방해하려고 공수처 인사 질질 끄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